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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느끼다,생각하다

손숙오의 묘안, 과연 순리인가 조삼모사인가 — 고전을 읽다 문득 든 불편한 의문

by JapaniLog 2015.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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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문득 찾아온 불편한 진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고전이나 자기계발서를 읽다가?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보신 적 말이에요. 얼마 전 저도 김영수의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을 읽다가 바로 그런 순간을 맞았어요.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과 재상 손숙오의 이야기였는데요. 장왕이 자신의 위엄을 과시하려고 수레를 높이고 싶어 했고, 그러려면 백성들의 수레바퀴까지 다 큰 것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죠. 대놓고 명령하면 원성이 자자할 테니, 손숙오는 성문과 관청의 문지방 턱을 높여버립니다. 작은 바퀴로는 턱을 넘기 힘드니 백성들이알아서큰 바퀴로 바꾸게 만든 거예요.

책에서는 이를 두고 백성이 스스로 생활을 바꾸게 하는 순리의 정치라며 극찬하고 있었어요.

솔직히 저도 잘 몰랐어요^^; 예전 같았으면, 정말 지혜로운 재상이네!” 하고 넘어갔을 거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음 한구석에서 강한 의문이 솟구치더라고요.

잠깐만, 이게 정말 순리인가?
우매한 백성을 교묧하게 속이는 것뿐이잖아.
영락없는 조삼모사 아닌가?
애초에 왕의 허영심과 욕심만 버리게 만들었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뒤늦게 깨달았네요.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리더십과 도덕의 기준도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요. 오늘은 제가 느꼈던 이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진정한 순리와 리더십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려고 해요.


순리로 포장된 '조삼모사의 민낯

손숙오의 해결책을 찬찬히 뜯어보면, 과연 칭찬받아 마땅한 지혜인지 아니면 교묘한 기만인지 그 경계가 흐릿해져요. 제가 이 방식을 '지혜가 아니라 '기만이라고 느낀 이유를 체계적으로 분석해보았습니다.

구분 겉으로 보이는 모습 (책의 해석) 실제 본질 (제가 본 진실) 핵심 문제점
문제의 원인 수레바퀴 규격화의 어려움 장왕의 개인적 허영심과 과시욕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않음
해결 방식 환경을 바꿔 자발적 변화 유도 선택지를 없애 강제적 변화 유도 가짜 자발성, 실제로는 강요
비용 부담 백성이 스스로 선택해서 부담 왕의 욕심을 위해 백성이 떠안음 불공정한 비용 전가
정보 공개 자연스러운 변화처럼 보임 진짜 이유를 철저히 숨김 정보의 비대칭성, 기만

이것은 지혜가 아니라 조삼모사입니다.

원숭이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겠다고 했다가 반발하자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로 바꿔 기뻐하게 만든 조삼모사 이야기를 아시죠? 손숙오의 방식이 정확히 이와 같아요.

직접 명령 방식:왕의 위엄을 위해 너희 수레바퀴를 크게 바꿔라” → 백성 반발 예상

손숙오 방식: 성문 턱을 높여서 어쩔 수 없이 바꾸게 만듦백성이스스로바꾼 것처럼 포장

결과는 똑같아요. 백성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고, 왕의 허영심이 채워지는 것. 다만 반발만 교묘하게 피한 거죠. 이걸 순리라고 부르기엔 찜찜한 구석이 너무 많더라고요.

진정한 재상이었다면 어땠을까?

제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손숙오가 백성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꼼수 대신 장왕에게 직언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진짜 훌륭한 재상이었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전하, 수레의 높이가 과연 진정한 위엄을 만들어줄까요?
백성이 풍족하고 나라가 평안할 때
전하의 이름이 더욱 빛날 것입니다.
불필요한 과시보다는 실질적인 덕치(德治)에 힘써주십시오.”

물론 이런 직언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역사에 진짜 명재상으로 남은 사람들은 바로 이런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었어요. 왕의 귀에 듣기 좋은 꼼수가 아니라, 왕이 들어야 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요.

현대 사회에서도 이런 일은 반복됩니다

손숙오 방식은 오늘날에도 곳곳에서 볼 수 있어요.

  • 직장에서: 경영진의 무리한 요구를 직원들에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포장해서 전달하기
  • 정치에서: 정책의 진짜 목적을 숨기고 다른 명분을 내세워 국민을 설득하기
  • 가정에서: 내 편의를 위해 가족을 교묧하게 유도하되 "네가 원해서 한 일"이라고 말하기

이런 방식들이 당장은 마찰을 줄여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무너뜨리고 더 큰 갈등을 만들어내요.


진정한 순리를 실천하는 3단계

1단계: 문제의 진짜 원인부터 직시하기

손숙오처럼 증상만 다루려 하지 말고,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보세요.

현실 적용 예시:

  • 직장에서 야근이 늘어나고 있다면: 직원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업무량 배분이나 일정 계획의 문제는 아닌지
  • 가정에서 갈등이 반복된다면: 표면적인 사건이 아니라 서로의 소통 방식이나 기대치의 차이는 없는지
  • 조직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면: 개별 사안이 아니라 시스템이나 문화 자체의 문제는 없는지

핵심 질문:이 문제로 가장 불편을 겪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불편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손숙오가 정말 아쉬운 건, 장왕의 욕심이라는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않고 백성에게만 비용을 전가한 것이에요.

2단계: 꼼수 대신 투명하고 정직한 소통 선택하기

갈등을 피하고 싶어서 우회적인 방법을 쓰고 싶은 유혹이 들 때,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해요. 현실적 타협과 교묧한 기만은 엄연히 다릅니다.

현실적 타협: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점진적으로 이 방향으로 가보자"고 솔직하게 말하며 함께 방법을 찾는 것

교묧한 기만: 상대방이 모르게 상황을 조작해서 내 뜻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

대화의 원칙:

  • 사실 기반으로 설명하기:이런 이유로 이런 변화가 필요합니다
  • 선택권 보장하기:여러 방안이 있는데, 함께 논의해봅시다
  • 비용과 이익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이 결정으로 누가 어떤 부담을 지게 되는지 솔직히 말하기

실천 방법:

  • 회사에서: “상부 지시니까 어쩔 수 없어대신이런 배경과 목적이 있어서 이런 방향으로 가려고 해
  • 가정에서: 상황을 유도해서 상대가 내 뜻대로 하게 만들기보다내가 이런 걸 원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 조직에서: 정책의 진짜 목적을 숨기고 다른 명분을 내세우기보다 솔직한 설명과 진심 어린 설득

3단계: 권력을 가진 쪽이 먼저 절제하고 양보하기

가장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단계예요. 진정한 리더십은 내가 먼저 절제하는 것에서 시작돼요.

진짜 리더의 자세:

  • 내 편의나 욕심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떠넘기지 않기
  • 불가피한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기
  • 변화에 따르는 부담을 함께 나누거나 더 큰 권한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부담하기

구체적 자문:

  • 내가 편하자고 다른 누군가가 불편해지는 건 아닌가?”
  • 이 결정이 정말 공정한가? 투명한가? 모든 당사자가 납득할 만한가?”
  • 실수했을 때 변명이나 합리화 대신 솔직한 인정과 개선 의지 보여주기

[Q&A 및 결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Q1. 현실에서는 손숙오처럼 우회적으로 처리하는 게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닐까요?

정말 현실적인 고민이에요. 직장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때로는 정면승부가 너무 큰 대가를 치르게 할 때가 있죠.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현실적 타협과 교묧한 기만은 엄연히 다릅니다. 전자는 때로 필요하지만, 후자는 장기적으로 관계와 신뢰를 파괴해요. 설령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하더라도, 마음속으로는 "이건 최선이 아니다"라는 문제의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권력이나 영향력을 가진 위치에 있을 때는 손숙오가 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해야 해요.

Q2.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순리는 무엇일까요?

순리(順理) '이치에 순응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무엇이 진짜 이치인가에 대한 기준이 시대에 따라 달라져요.

과거의 순리: 윗사람 뜻에 거스르지 않고 아랫사람을 잘 통제하는 것

현대의 순리: 상식과 공정성, 투명성과 존중의 원리를 따르는 것

진정한 순리란 이런 것들이에요.

  • 누군가를 속이거나 조종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 권력을 가진 사람이 먼저 자신의 욕심을 돌아보고 절제하는 것
  • 갈등이 생겼을 때 회피하지 않고 대화로 풀어가는 것
  • 모든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해결책을 찾는 것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면, 정직함과 공정함이 거짓과 불의를 이기는 것이 인간 사회의 순리여야 해요.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것, 그 자체가 지혜입니다

오늘 책을 읽다 문득 떠오른 생각들을 여러분과 나누어보았는데요.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책에 쓰여 있다고, 옛 성인의 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시대가 바뀌면 지혜의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손숙오의 이야기를 읽고이게 정말 순리인가?” 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 그 감각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것. 바로 그 비판적 사고 자체가 가장 소중한 지혜예요.

  • 겉으로 포장된 것 너머 진짜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
  • 권력자의 욕심을 위해 약자가 희생되는 구조를 간파하는 통찰력
  • 교묧한 기만을 '지혜로 포장하지 않는 도덕적 용기

이런 것들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정말 필요로 하는 진짜 순리이고 진짜 지혜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 주변에서도 높아진 성문 턱은 없는지 한번 둘러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꼼수와 기만 대신, 정직하고 투명한 소통을 선택하는 진짜 순리의 하루를 만들어가시길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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