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조언이 때로는 독이 되는 순간들
일을 재미있게 하는 10가지 방법
1. 내게 가장 소중한것을 우선순위에 둔다.
2. 쓸데없이 내 기운을 빼는 것과 과감히 결별한다.
3. 기초 재산 관리에 힘쓴다.
4. 내면에서 간절히 원할 때 과감히 변화한다.
5. 자주 혹은 가끔 자신에게 맞는 크고 작은 이벤트를 일부러 만든다.
6. 지인, 취미 같은 내 삶에 힘을 실어주는 에너지원을 잘 관리한다.
7. 마음 깊은 곳까지 나눌 수 있는 친구를 한 명 정도 만든다.
8.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 한다.
9.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10. 일과 관계없이 좋아하는 일을 오래오래 즐길 줄 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일을 재미있게 하는 10가지 방법"을 혹시 읽어보셨나요? 읽고 나서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고 씁쓸해지셨다면, 그 감정이 정말 자연스럽고 건강한 반응이라 생각합니다. 이제야 글을 올립니다만, 솔직히 저도 잘 몰랐어요^^; 이런 자기계발 조언들이 얼마나 많은 전제 조건을 깔고 있는지를요.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우선순위에 둔다”
“쓸데없이 내 기운을 빼는 것과 과감히 결별한다”
“일과 관계없이 좋아하는 일을 오래오래 즐길 줄 안다”
이 모든 조언의 전제는 “당신에게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우선순위에 둘 수 없는 현실… 소중한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일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의 근무환경은 좋지 못하니까 말이죠.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매일 야근이 당연시되고, 눈치 보며 연차도 제대로 못 쓰는 환경에서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라"고 하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겠어요. 건강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스트레스에 치여 밥 한 끼 제대로 못 챙겨 먹는 현실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말이 얼마나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겠어요.
그 슬픔과 무력감을 먼저 온전히 저는 인정하고 싶습니다. 비정상적인 노동 환경 속에서 무조건 긍정적으로 웃으며 일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폭력일 수 있으니까요.
10가지 방법의 진짜 핵심을 찾다
“정말 소중한 것을 우선순위에 둘 수만 있다면 위의 글을 쓴 사람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의 절반 이상은 해낸 거라 생각됩니다.”
이 10가지 방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모든 것이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바로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스스로 알고 있는가"입니다.
| 10가지 방법 | 실제 의미 | 1번과의 연결고리 |
| 소중한 것 우선순위 | 내 가치관의 중심 잡기 | 모든 것의 출발점 |
| 기운 빼는 것과 결별 | 불필요한 소비와 관계 정리 |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한 정리 |
| 에너지원 관리 | 나를 충전시키는 관계 챙기기 | 우선순위를 실천하는 방법 |
|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 자기 감정 인식하고 존중하기 | 소중한 가치를 알아차리는 과정 |
| 좋아하는 일 즐기기 | 일과 무관한 나만의 영역 확보 |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한 시간 |
결국 이 글이 말하고 싶은 건 거창한 성공 철학이 아니라 “진짜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는 삶”에 가까워요. 문제는 현실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회사 전체를 바꿀 수 있을까?” 보다는 “이 환경 속에서도, 아주 조금이라도 내가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는 틈은 어디일까?”
완전히 뒤집지는 못해도, 1번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축소해서라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법이라고 봅니다.
척박한 현실에서 나를 지키는 ‘심리적 방화벽’ 세우기
거대한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일과 내 삶 사이에 작은 방화벽을 세우는 것은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 내 자리에서, 아주 작게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을 제안해드릴게요.
1단계: “큰 우선순위” 말고 "하루 10분 우선순위"부터 정하기
가족, 건강, 나 자신… 이런 큰 단어들을 "인생 1순위!"라고 정해도 현실은 야근, 보고서, 회식으로 바로 덮어버립니다. 그래서 이렇게 바꿔보면 조금 쉬워져요.
- “올해 내 인생 1순위: 가족, 건강” 말고
- “오늘 하루 10분만이라도 지킬 우선순위” 정하기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면,
- 퇴근이 아무리 늦어도 가족에게 안부 메시지 하나는 보내기
- 자기 전 5분 스트레칭만은 무조건 하기
- 하루 딱 10분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멍 때리기
크게 보면 티도 안 나는 변화지만, 이렇게 "하루 10분 우선순위"를 지키다 보면 마음속에 이런 감각이 조금씩 자랍니다.
“아, 나는 나한테 소중한 것들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구나.”
이 감각이 쌓이는 게 정말 중요해요. 여기서부터 삶의 방향이 아주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바뀌기 시작하거든요.
2단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 “에너지 도둑” 차단하기
야근, 과도한 업무는 내가 바로 통제하기 어렵지만, 내가 스스로 추가로 소모하는 에너지는 조금 조절할 수 있어요.
- 출퇴근길에 괜히 부정적인 뉴스나 댓글만 계속 보면서 더 지치기
- 이미 끝난 일을 머릿속으로 계속 되감으며 “그때 이랬어야 했는데…” 자책하기
- 가면 더 피곤해지는 걸 뻔히 아는 술자리나 모임에 의무감으로 참석하기
완전히 끊지는 못해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은 할 수 있어요.
“이거 하고 나면 내가 조금은 가벼워질까, 더 무거워질까?”
더 무거워진다면, 그건 ‘쓸데없이 기운 빼는 것’일 가능성이 높아요. 회사에서 쓴 에너지는 어쩔 수 없다 쳐도, 퇴근 후에라도 기운 채우는 쪽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선택을 옮겨보면 좋겠어요.
3단계: 일과 완전히 단절된 “나만의 에너지원” 하나 만들기
현실이 슬플수록, 이게 더 절실합니다. 삶 전체가 회사에만 걸려 있으면, 회사가 흔들릴 때 내 삶도 같이 무너져요. 그래서 "돈이 안 돼도, 성과가 없어도, 승진이랑 1도 상관없어도 그냥 좋아서 하는 무언가"가 하나는 필요해요.
- 소소하게 책 몇 페이지 읽기, 일기 한 줄 쓰기
- 가벼운 산책, 스트레칭, 집 앞 편의점까지 걸어가기
- 조그만 취미: 그림 끄적이기, 음악 듣기, 식물 키우기
여기서 중요한 건 실력이나 퀄리티가 아니라 ‘지속’이에요.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오래 가는 걸 목표로 삼아보세요. 이 작은 영역이 "나는 회사원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가 됩니다.
Q&A: 작은 변화도 의미가 있는 이유
Q1. 이런 작은 행동들이 정말 이 빡센 현실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될까요?
네,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통제감의 회복’이라고 부르거든요. 거대한 회사 시스템이나 사회 구조 앞에서 우리는 무력함을 느끼지만, 퇴근 후 10분의 시간을 온전히 내 마음대로 쓰는 경험, 나를 위한 작은 선택을 하는 경험은 뇌에 "내 삶의 주도권은 아직 나에게 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 작은 통제감이 내일을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만들어내요. 당장 환경은 안 바뀌어도, 그 환경을 견뎌내는 내 안의 기반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Q2. 독일 같은 나라와 비교하면 너무 허탈해지는데, 어떻게 마음을 잡아야 할까요?
그 허탈함, 충분히 느끼셔도 됩니다. 억지로 "우리도 좋은 점이 있어!"라며 위안을 찾을 필요 없어요. 다른 나라의 좋은 사례를 보며 부러워하는 것 자체가 변화에 대한 갈망이고, 그 갈망이 있기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어요.
다만 독일이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무너지지 않을 최소한의 방어선은 지금 당장 만들 수 있습니다. 구조적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과, 그 변화가 오기 전까지 나 자신을 지키는 것, 이 두 가지는 동시에 가능해요.
우리는 일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태어났고, 일은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이에요. 당장 내일 아침 출근길이 독일의 직장인들처럼 여유로워지지는 않겠지만, 퇴근길에 당신을 위한 작은 선물을 사는 여유마저 회사가 빼앗아 갈 수는 없습니다.
오늘 저녁, 딱 10분만 투자해서 "나에게 진짜 소중한 것 3가지"를 적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중 하나를 위해 내일 딱 10분만 써보는 거예요. 그 작은 시작이 당신의 일상에 아주 조금씩, 하지만 분명하게 숨통을 틔워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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