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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느끼다,생각하다

MZ세대라는 편리한 거짓말,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by JapaniLog 202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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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에서는 뉴스를 보든, 광고를 보든, 정치인들의 연설을 듣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MZ세대입니다. 현대인들이 유난히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분류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이 단어는 마치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만능 키워드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한 사람의 관찰자로서, 이 그럴듯하고 편리한 신조어가 실제로는 얼마나 교묘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MZ세대, 과연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용어일까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1990년대 중반 출생)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를 하나로 묶어 지칭하는 신조어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둘 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세대라는 공통점을 근거로 합니다.

하지만 이 용어가 만들어진 진짜 배경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마케팅 타깃층을 효율적으로 설정하고 정치적 메시지를 특정 연령대에 집중 투사하기 위한 실용적 도구로서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생각해보세요. 1985년생과 2005년생을 같은 집단으로 묶는 것이 과연 논리적으로 타당할까요? 전자는 PC 통신 시절부터 인터넷의 발전 과정을 몸소 경험한 세대이고, 후자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져 있던 세대입니다.

둘 다 디지털을 안다는 이유로 하나로 묶는 것은, 마치 자전거를 탈 줄 안다는 이유로 자전거 초보자와 투르 드 프랑스 선수를 같은 집단으로 분류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두 세대는 사실 이렇게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밀레니얼과 Z세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적인 차이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구분 밀레니얼 세대 Z세대
현재 사회적 위치 직장인, 사회의 허리 역할 학생층 및 사회초년생
경제적 경험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직간접 경험 상대적으로 안정적 환경에서 성장
핵심 가치관 안정적 직장 선호, 미래에 대한 불안감 사회 문제 관심, 변화 주도 의지 강함
디지털 경험 아날로그디지털 전환 과정 경험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네이티브
정보 소비 방식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 숏폼 비디오, 실시간 스트리밍 선호
소비 패턴 가성비와 경험 소비 중시 가치 소비, 개인 취향 극도로 중시

이렇게 보면 두 세대는 같은 집단으로 묶기에는 너무나 다른 시대적 배경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적 위기를 몸으로 겪으며 안정을 갈망하게 된 세대이고, Z세대는 그보다 나은 물질적 환경에서 자라며 사회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려는 세대입니다.

이 두 집단을 하나의 단어로 뭉뚱그리는 것은 각 세대의 고유한 정체성과 경험을 지워버리는 일입니다.

MZ세대라는 단어가 만들어내는 세 가지 문제

첫 번째 문제: 개성과 다양성의 획일화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하나의 단어로 묶는 순간, 그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개성과 다양성은 순식간에 증발해버립니다. 1985년생 직장인 과장님과 2002년생 대학교 신입생이 과연 같은 집단일까요?

요즘 사회에서는 유난히 사람을 카테고리로 분류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MBTI, 혈액형으로, 세대로. 분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분류가 개인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아니라 종착점이 되는 순간 문제가 생깁니다. MZ세대라는 단어는 안타깝게도 대부분 종착점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평균적인 MZ라는 허상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실제 사람들을 억지로 끼워 넣는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 소비 대상으로의 전락

광고 업계에서 MZ세대라는 단어가 얼마나 편리하게 쓰이는지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됩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광고를 집행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타깃층을 세밀하게 설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런데 "MZ세대"라는 개념 하나로 1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를 하나의 소비 집단으로 묶어버리면, 마케터 입장에서는 이보다 편한 타깃이 없습니다.

롱패딩과 숏패딩 유행을 보면 이 문제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MZ세대 필수템, 롱패딩"이라며 온 국민이 발목까지 덮는 긴 패딩을 입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올 겨울에는 갑자기 "MZ세대는 숏패딩이 대세, 롱패딩은 여의도 아저씨 패션"이라며 언론과 각종 매체가 일제히 특정 소비 트렌드를 하나의 밈처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 아닙니다. MZ세대의 취향을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거저 먹는 거나 다름없는 넓은 타깃층을 확보한 기업들이 획일화된 소비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죠.

세 번째 문제: 정치적 도구로의 이용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MZ세대를 위한 정책”, "MZ세대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라는 문구들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봅시다. 서로 다른 경제적 경험, 다른 사회적 위치, 다른 관심사를 가진 두 세대를 하나의 정책으로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MZ세대를 위한 정책이라는 포장지는 두 세대 모두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느 쪽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공허한 선언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방식이 오히려 각 세대의 진짜 목소리를 희석시키고 정치인의 메시지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청년들의 진짜 고민인 주거 불안, 일자리 문제, 불공정한 경쟁 구조는 교묘히 가려진 채, 'MZ세대라는 가벼운 유행어 속에 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묻혀버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분리해서 이해하기

두 세대를 각각의 고유한 맥락 안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IMF와 금융위기를 경험하며 안정을 갈망하게 된 밀레니얼 세대의 현실적 고민과,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나 사회 변화를 주도하려는 Z세대의 적극적 에너지는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각 세대의 정치적 참여를 진정성 있게 지원하기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모두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의 허리로서 현재를 지탱하고 있고, Z세대는 앞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이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누군가의 지지율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소비자로서의 비판적 시각 기르기

"MZ세대 트렌드"라는 말이 등장할 때마다 한 번쯤 의심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정말 내 취향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내 취향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시도인지를 구분하는 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어 하나가 만드는 세상

언어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 하나가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그들을 소비 대상이나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MZ세대라는 단어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결국 그 단어를 만들어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의 의도에 동조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 너무 널리 퍼진 단어라 당장 사라지지는 않겠죠. 하지만 적어도 이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이게 누구를 위한 표현인가?"라는 질문을 한 번씩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도, Z세대도 각자의 방식으로 이 사회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다양하고 복잡하고 때로는 모순적인 개개인의 삶을 단 두 글자로 압축해버리기에는, 그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너무나 풍부하고 소중합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이 밀레니얼이든 Z세대든, 혹은 다른 세대이든 간에, 우리 모두는 누군가가 붙여준 이름표가 아니라 각자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는 개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개인의 목소리가 제대로 존중받고 들려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세대 간 소통의 출발점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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