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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느끼다,생각하다

무인자동차와 트롤리 딜레마 — 기계에게 생명의 가치를 맡길 수 있을까?

by JapaniLog 2018.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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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무인자동차 관련 뉴스가 부쩍 줄어든 느낌을 받으신 적 있나요? 저도 그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두 달 전쯤 무인자동차 주행 시험 중 자전거를 끌고 가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죠. 그 이후로 업계 전체가 한발 뒤로 물러서서 숨을 고르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요즘 사회에서는 현대인들이 유난히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있다가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지면 갑자기 기술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을 넘어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훨씬 더 근본적이고 무거웠어요.

바로 기계에게 생명의 가치를 판단하게 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딜레마입니다. 오늘은 이 문제의 핵심인 트롤리 딜레마(광차 문제)를 통해, 무인자동차가 마주한 윤리적 장벽과 우리가 준비해야 할 현실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트롤리 딜레마: 정답이 없는 잔혹한 선택

트롤리 딜레마 1967년 영국의 철학자 필리파 풋이 제시한 유명한 윤리학 사고 실험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가 선로를 따라 질주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직진하면 선로 위에서 작업 중인 5명의 인부가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 당신 앞에는 선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조정 레버가 있어요. 레버를 당겨 기차 방향을 바꾸면 5명은 살 수 있지만, 다른 선로에 있던 1명이 죽게 됩니다.

과연 이때 조정 레버를 움직여 미친 기차의 선로를 바꿔야 할까요?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죽이는 것은 정당한 걸까요?”

숫자만 놓고 보면 대부분 "5명을 살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합리적인 선택이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쪽이 맞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섬뜩한 차이가 생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5명이 죽는 것내가 직접 행동해서 1명을 죽이는 것. 결과의 숫자는 다를 수 있어도, 그 행위의 도덕적 무게는 완전히 다릅니다.

더 복잡한 건, 만약 그 1명 쪽에 내 가족이나 지인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 순간에도 "5명이 더 많으니까"라는 논리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딜레마를 너무 쉽게 결론 내리는 사람에게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의심해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생명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것은 인간에게도 끔찍하도록 어려운 문제라는 뜻이죠.


무인자동차의 현실판 트롤리 딜레마

이 오래된 철학 실험이 갑자기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인자동차가 바로 이 딜레마를 코드 한 줄로 미리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실제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여러분이 무인자동차에 탑승해 시속 60km로 주행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앞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5명이 나타났어요. 현재 속도로는 물리적으로 멈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때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 그대로 직진: 보행자 5명이 큰 부상을 입거나 사망할 가능성
  • 급격히 핸들을 꺾어 회피: 차량이 전복되거나 벽에 충돌해 탑승자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

인간 운전자라면 이 순간 본능과 감정, 경험이 뒤섞여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무인자동차는 미리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대로만 움직입니다. 그 알고리즘 안에 무엇을 넣느냐가 바로 문제의 핵심이죠.

무인자동차 윤리 프로그래밍의 딜레마:

설계 방향 논리적 근거 윤리적 문제점
탑승자 우선 차량 구매자 보호로 소비자 신뢰 확보 돈 있으면 더 안전하다는 불평등 논리
보행자 우선 다수 생명 보호하는 공리주의적 접근 자신을 희생하는 차를 누가 살까?
피해 최소화 전체 상황을 수치화해 최소 피해 선택 생명을 숫자로 계산하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

기술은 발전하지만, 윤리는 여전히 인간의 몫

흥미롭게도 MIT 미디어랩에서 진행한 도덕 기계(Moral Machine)’ 프로젝트에서는 전 세계 230만 명을 대상으로 이런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선택을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정말 흥미로웠어요. 국가와 문화권에 따라 선호하는 판단 기준이 크게 달랐던 것입니다.

서양권은 개인의 자율성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고, 동양권은 집단적 피해 최소화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났죠. 이 결과가 의미하는 건 명확합니다. 윤리적 판단에는 보편적 정답이 없다는 것.

그렇다면 앞으로 무인자동차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업계가 집중하게 될 방향은 아마 트롤리 딜레마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기술일 겁니다.

미래 무인자동차의 진화는 이렇게 되겠죠.

  • 더 정밀한 센서 시스템으로 위험 상황 사전 감지
  • 예측 불가한 변수까지 계산하는 선행 관리 프로그램
  • 딜레마가 생기기 전에 미리 속도를 줄이고 위험을 회피하는 시스템

, "A B"를 선택하게 만들기보다는, 애초에 "A B도 안 가는 길"을 찾도록 알고리즘을 짜는 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책임은 결국 누구에게?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100% 완벽한 사고 예방은 불가능합니다. 예측 불가한 자연재해, 도로 붕괴, 다른 차량의 기계 결함 등 변수는 무한하니까요.

그렇다면 결국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윤리적 코드를 짠 제조사? 차 안에 가만히 앉아있던 탑승자?

저는 조만간 출시될 고도화된 무인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약관 어딘가에 이런 문구가 삽입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사용자 또는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 앱을 설치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넘기는 그 문장이, 이번에는 사람의 생사가 걸린 기술 위에 얹혀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


기계에게 양심을 묻는 시대

결국 아직 기계에게 윤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트롤리 딜레마는 인간조차도 수십 년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애매하고 고통스러운 문제니까요.

무인자동차 기술은 분명 계속 발전할 것이고, 우리 삶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윤리적 딜레마까지 기술이 대신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 같아요.

트롤리 딜레마 같은 질문은 결국 인간 사회가 함께 합의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보호할 것인지, 그 선택의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 말이에요.

언젠가 실제로 우리가 타는 자동차 설정 화면 어딘가에위급 상황 시 우선 보호 대상같은 항목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 각자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할 거예요.

내가 그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기술은 점점 똑똑해지지만, 어떤 선택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사실. 그것이 무인자동차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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