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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느끼다,생각하다

자기계발서가 불편한 진짜 이유 — 노력을 지워버린 글쟁이들의 감동 장사

by JapaniLog 2022.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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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몇군데서 '오늘의 좋은 글’ 을 보내주십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뭔가 그럴듯하긴 한데, 왜 이렇게 가식적으로 느껴질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어요.

저도 여러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어봤고, 영업사원들이 매일 아침 보내주는 좋은 글들도 꽤 오랫동안 받아봤습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묘한 불편함이 쌓이는 글들이 있어요. 결국 글쟁이라고 비하하게 되는 글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정이 안 가는 가식적인 느낌에 거부감이 드는 글들도 생기더군요.

커뮤니티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더군요. 모두 이런 달콤한 위로와 성공 공식에 목말라하면서도, 동시에 그 허상을 감지하는 예민한 감각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 불편함의 정체를 솔직하게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자기계발서의 구조적 사기: 배경은 지우고 결과만 보여준다

자기계발서들이 즐겨 쓰는 뻔한 공식이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의 특정 순간을 드라마틱하게 포장해서, 그 행동이나 의지가 마치 성공의 결정적 열쇠인 것처럼 보여주는 방식이에요.

자기가 드러내고 싶은 부분만을 확대 해석해서당신들도 이렇게 하면 할 수 있다. 즐겨라. 감내해라등등실제 모델이 원래는 어떠한 배경에 어떤 포지션에 있었고 등보다는 특정 사건에서 이루어낸 것 또는 행동한 것만 보여주며 당신들도 이런 의지 행동이 필요하다 합니다.

마치 어떤 조건도 상황도 상관없이 누구나가 다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죠. 저는 이게 일종의 사기라고 봅니다.

자기계발서가 보여주는 것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
성공한 결과와 감동적인 순간 그 사람이 가진 초기 자본과 인맥
"의지만 있으면 된다"는 메시지 의지 외에 필요한 수많은 조건들
노력하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희망 구조적 불평등과 현실적 한계
영감을 주는 예외적 사례 같은 노력을 해도 안 된 수많은 사람들

어느 CEO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성공했다면, CEO가 이미 가지고 있던 든든한 가족 자본이나 교육 배경은 철저히 지워집니다. 어느 운동선수가 포기하지 않아서 금메달을 땄다면, 그 선수가 어릴 때부터 받았던 전문 코치와 훈련 시스템은 언급되지 않아요.

조건과 맥락을 다 잘라버리고, 사건과 결과만 연결해서 팔아먹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자기계발서의 가장 큰 기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장훈의 말이 맞습니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헛소리

서장훈이 그랬죠.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못 따라온다고?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그거 다 헛소리다.”

이 말이 왜 이렇게 통쾌하게 들릴까요? 정확히 맞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즐기는 자가 노력은 안 하고 즐길까요? 무엇보다 정말 즐기는 걸까요? 보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보는 것 아닐까요?

슛을 성공하든 일을 성공하든 잘 되면 기쁩니다. 하지만 잘하기 위해선 그만큼 노력해야 합니다. 노력한 만큼 자신 있게 할 수 있고 그 뿌듯함에 즐거운 거겠죠.

진실은 이렇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정말 잘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면, 그들이즐기는 것처럼 보이는이유는 노력이 너무 깊이 체화되어 있어서 힘들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프로 운동선수가 경기장에서 여유롭게 보이는 건, 그 이면에 수만 시간의 반복 훈련이 쌓여 있기 때문이에요. 능숙한 요리사가 칼질을 편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수천 번의 연습으로 그 동작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글쟁이들은 노력을 빼버립니다. 독자가 어려워할 걸 숨기지요.

  • 나도 되겠네
  • 나도 즐기면서 해야지
  •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겠구나

이런 달콤한 착각을 키워내는 거죠. 자기들은 책팔고 인세만 받으면 되니까, 내 글이 많이 퍼져서 알려지면 좋으니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무책임한 감성팔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딴 소리가 한동안 유행이었는데무슨 감성인지 모르겠지만 이 말한 인간 라떼는 말야~ 하는 꼰대인가 싶었습니다.

이 문장의 구조적 문제는 명확합니다. 아픔을 청춘의 훈장으로 미화함으로써, 그 아픔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성장 서사로 덮어버린다는 점이에요.

현대 사회의 청년들이 겪는 아픔은 단순히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서 겪는 성장통이 아닙니다:

  • 취업이 안 되어 아픈 건 청춘이라서가 아니라 일자리 구조의 문제
  • 집을 살 수 없어서 아픈 건 청춘의 통과의례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의 실패
  •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는 게 성장통이 아니라 경제적 여건의 문제

그런데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이 모든 구조적 문제를 원래 젊으면 아픈 거야, 그게 성장이야라는 감성적 포장으로 덮어버립니다.

책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독자의 감성을 건드려 공감을 얻으면 그만이지만, 정작 그 책을 읽은 청춘들이 얻은 건 위로인지 마취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자기계발서 붐이 남긴 것: 솔직한 회고

수년전에 자기개발서 붐이 일었던 적이 있었죠. 저처럼 그때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 실제 책들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나 궁금하네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정리습관 관련된 책들만큼은 유용하긴 했습니다. 왜 그 책들만 남았을까요? 바로 구체적인 방법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가 아니라 "이 물건은 이 위치에 이렇게 보관해라"는 식의 실질적인 내용이 있었거든요. 책 보고 책상, 파일, 업무 프로세스 정리 방식을 바꾸고, 지금도 써먹고 있습니다.

자기계발서가 실패하는 이유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 감동은 주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 없습니다
  • 독자 개인의 상황과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 읽는 동안의 동기 부여가 책을 덮으면 사라집니다
  • 성공 사례의 맥락을 제거해서 재현이 불가능합니다
  • 실패했을 때의 대처법은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자기계발서 붐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왜 이렇게 해도 안 될까라는 자책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양심적인 진짜 글쟁이를 찾아서

어쨌든 양심적인 진짜 글쟁이들이 사람들의 지성을 일깨워주고 올바른 행동의 방향을 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좋은 글은 어떤 글일까요?

  • 쉽지 않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는 말을 숨기지 않습니다
  • 자신의 실패와 한계를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 특정 사례를 보여줄 때, 배경과 전제 조건도 함께 말해줍니다
  • 성공 사례의 배경과 맥락을 함께 보여줍니다
  • 독자가 처한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 읽고 나서 오늘 내가 시도해볼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인 행동 하나가 떠오릅니다

결국 핵심은 이거라고 봅니다.

진짜 글은 사람을기분 좋게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을조금 더 솔직하게만들고, 그 솔직함 위에서한 발 움직이게만들어야 하는 거라고요.”


불편함을 느끼는 감각이 건강한 신호입니다

감동적인 문장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것보다, "이 말이 정말 내 현실에 맞는 이야기인가?"를 물어보는 것이 훨씬 더 지적인 독서 태도거든요.

글쟁이들이 노력을 빼버리고, 독자가 어려워할 걸 숨기고, “나도 되겠네, 나도 즐기면서 해야지이런 독자를 키워내는 건 결국 상업적 논리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글들이 범람할수록, 현실을 직시하고 솔직하게 쓰는 글의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귀 기울여야 할 진짜 글쟁이님들은

  • 현실의 냉혹함을 숨기지 않는 사람들
  • 성공의 이면에 있는 지독한 운과 자본의 역할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람들
  • 그 안에서도 개인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최선의 행동이 무엇인지 짚어주는 양심적인 지성인들

"당신은 무조건 할 수 있습니다"라는 거짓된 응원보다, “이 길은 몹시 고통스러울 테지만, 견뎌낸다면 이런 구체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게 좋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감동적이지 않아도, 읽고 나서 실제로 뭔가 달라지게 만드는 글.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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