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검색 한 번이면 어떤 분야든 전문가의 의견을 찾을 수 있고, 온라인 강의로 수십 년의 연구 결과를 몇 시간 만에 습득할 수 있는 시대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식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안 될 것 같다"는 결론에 더 빨리 도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경영의 신 마츠시타 고노스케가 직접 보여준 한 장면과 전설의 무사 벤케이의 이야기를 통해, 지식이 오히려 가능성을 막아버리는 역설과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벤케이의 7가지 도구: 많이 가진 것과 잘 쓰는 것의 차이
일본 역사 속 전설적인 무사 벤케이(弁慶)는 엄청난 괴력을 가진 인물로 유명합니다. 그는 칼과 낫을 비롯한 7가지 무기를 동시에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벤케이였기 때문에, 즉 그 무거운 도구들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역량과 체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었다면 7가지를 모두 잘 사용하기는 어렵겠죠. 오히려 그 무게에 짓눌려 제대로 된 것 하나도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대인의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받아온 지식들 - 학교에서 배운 이론, 직장에서 쌓은 경험, 책과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들이 바로 벤케이의 7가지 도구와 같습니다.
| 벤케이의 7가지 도구 | 현대인의 지식 과잉 |
| 도구 하나하나가 강력한 무기 | 정보 하나하나가 유용한 지식 |
| 벤케이는 모두를 능숙하게 다룸 | 대부분의 사람은 지식에 압도당함 |
| 도구가 벤케이를 섬김 | 지식이 사람을 지배하기 시작 |
| 상황에 맞게 선택적으로 활용 | 아는 것이 많을수록 더 망설임 |
문제는 이 도구들에 압도당하고 있지는 않은지입니다. 압도당해버린다면 어찌할 수가 없죠. 지식을 능숙하게 잘 사용할 수 있는 확실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지식에 압도당한다면 인텔리의 허약함이 드러나 아무것도 개척할 수 없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보지도 않고 불가능하다는 걸 어찌 안단 말인가”
1973년, 마츠시타 고노스케의 대표 저서 『장사 심득첩(商売心得帖)』 제작 과정에서 벌어진 일화는 이 교훈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당시 편집팀은 에도, 메이지 시대의 책처럼 일본풍 장정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표지 전체를 남색으로 인쇄하고 한 부분을 흰색으로 빼서 거기에 먹으로 타이틀을 넣는 세련된 디자인이었죠. 종이는 '신다이지’라는 일본종이 풍의 오돌토돌한 종이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인쇄회사 기술자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 종이로 넓은 면적을 인쇄하면 얼룩이 져서 종이가루가 날아 다녀 인쇄하기가 어렵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편집팀은 전문가의 말을 듣고 즉시 포기했습니다. 수고스럽고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요곡집처럼 타이틀은 흰 종이에 따로 인쇄해서 남색 표지에 붙이는 방법을 선택했죠.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풀로 붙이기 때문에 풀이 마르면 직사각형 종이 둘레에 주름이 생겨버리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것을 마츠시타에게 보고하자, 그의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처음 방법으로는 해보았나?”
“아니오, 안 해봤습니다. 기술자가 무리라고 해서…”
그 순간 마츠시타의 얼굴이 갑자기 험악해졌습니다.
“해보지도 않고서 불가능하다는 걸 어찌 안단 말인가! 이제까지는 불가능했더라도 지금은 가능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기술은 시시각각 진보하고 있다네.”
곧바로 인쇄소로 향해 종이와 인쇄 전문가에게 부탁해서 테스트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도록 했습니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얼룩 없이 깨끗하게 인쇄가 되었고, 덕분에 제작비용도 줄고 일정도 단축되었습니다.
포드가 말한 ‘능력 있는 기술자의 역설’
마츠시타는 이 경험을 통해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능력 있는 기술자일수록 불가능하다는 이론을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텔리의 허약함입니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나 자주 목격되는 패턴이에요.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빨리 포기하는 이유
- 과거의 실패 사례를 너무 많이 알고 있습니다
- 이론적으로 왜 안 되는지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자신의 전문 지식에 대한 자부심이 새로운 시도를 막습니다
- "내가 이 분야에서 몇 년을 일했는데"라는 경험이 오히려 가능성을 닫아버립니다
반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는 "일단 해봐야 알지 않을까요?"라고 생각합니다.
마츠시타는 이것을 명확하게 정리했습니다.
“지식이나 기술에 얽매여서 가능한 것마저 불가능하게 해버린다면, 그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그것이 인텔리의 허약함이라고 하는 것이다. 지식은 소중하지만 결코 압도당해서는 안 된다.”
정보 과잉 시대, 더욱 심각해진 지식의 저주
이 이야기가 1973년에 나온 것이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이 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졌습니다.
- 정보 접근성의 역설: 검색 한 번으로 "이게 왜 안 되는지"에 대한 논문 수십 개를 찾을 수 있습니다
- 전문가 의견의 범람: 클릭 한 번으로 부정적 의견들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 실패 사례의 과잉 노출: SNS에는 실패 사례가 성공 사례보다 더 자극적으로 공유됩니다
결과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치명적입니다.
-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안 될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
- 충분히 가능한 일도 지식의 무게에 눌려 포기
- 도전 자체를 하지 않으니 기술의 진보나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함
- "왜 안 되는지"를 설명하는 능력만 늘어나고 실제 실행력은 줄어듦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식에 압도당하지 않고 지식을 진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1. "이제까지"와 "지금"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마츠시타의 말처럼 “이제까지는 불가능했더라도 지금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시각을 유지하세요. 기술은 시시각각 진보하고 있고, 환경은 계속 변화합니다. 과거의 실패 사례가 현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2. “왜 안 되는가” 전에 “일단 해보자”
모든 시도에 앞서 이론적 검토만 반복하는 습관을 바꿔보세요. 작은 규모의 테스트라도 먼저 해보는 것이 수십 페이지의 분석 보고서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3. 전문가의 의견은 참고하되, 최종 판단은 내가
전문가가 "어렵다"고 말하는 것과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리고 "어렵다"는 말이 "해봤더니 어려웠다"인지 "이론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인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4. 하나의 도구를 제대로 쓰는 것부터
벤케이처럼 7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다룰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가진 도구를 압도당하지 않고 실제로 쓸 수 있느냐입니다.
혹시 지금 “전문가가 어렵다고 하더라”, "이론적으로 무리일 것 같아"라며 미뤄둔 일이 있다면, 마츠시타가 인쇄소로 달려갔던 것처럼 작은 테스트라도 직접 해보세요.
지식은 쌓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
벤케이의 7가지 도구를 전부 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손에 잡힌 도구 하나를 두려움 없이 꺼내 쓰는 것. 그것이 지식을 진정한 무기로 만드는 첫 번째 걸음입니다.
“지식은 쌓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쓸 수 있어야 비로소 지식이 됩니다. 그 전까지는 그냥 무거운 짐일 뿐입니다.”
마츠시타의 질문을 그대로 여러분께 드리고 싶습니다.
“해보지도 않고서 불가능하다는 걸 어찌 안단 말인가?”
기술은 시시각각 진보하고 있고, 환경은 계속 변화합니다. 어제 불가능했던 것이 오늘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지식에 압도당해 가능한 것마저 불가능하게 만드는 인텔리의 허약함에서 벗어나, 오늘 하루 딱 하나만 “일단 해보는” 용기를 내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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