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 사이 4B운동이라는 흐름이 한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싱가포르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국발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정작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복잡한 감정이 들더군요. 오늘은 한 사람의 관찰자로서,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 현상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4B운동이란 무엇인가
4B운동은 비연애, 비성관계, 비결혼, 비출산 이렇게 네 가지를 거부하겠다는 선언을 핵심으로 합니다. 여기서 'B’는 한자 '非(비)'를 한글 발음 그대로 영문 알파벳에 대입한 것인데, 이 운동을 따르는 해외 참여자들이 과연 이 'B’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동참하는 것인지부터 의문스럽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강조합니다. 그 자체로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누구도 타인에게 연애하라, 결혼하라,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나는 이렇게 살겠다’는 개인의 조용한 선택을 넘어, 하나의 집단적 이념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인간 존재의 근본을 부정하는 주장
먼저 비성관계와 비출산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성관계와 출산은 그 어떤 고상한 철학 이전에 모든 생명체가 존재를 이어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식입니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이는 개체의 생존과 종의 번식을 위한 필수적인 메커니즘이죠.
“성관계와 출산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 방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반드시 출산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개인의 선택으로 비혼이나 딩크족을 선택하는 것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삶의 방식이에요. 하지만 그것을 집단적 신념으로 조직화하고 확산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봅니다.
사회 구조의 기본 단위, 가족에 대한 거부
비출산이 개인을 넘어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가족은 단순히 혈연으로 묶인 집단이 아니라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고도 근본적인 단위입니다.
- 서로를 보호하고 돌보는 최소 공동체
- 사회화의 기초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
-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첫 번째 공간
우리가 친구를 사귀고, 사회적 관계를 맺고,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출발점이 바로 가족입니다. 이 최소 단위를 완전히 부정했을 때 위협받는 것은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죠.
물론 4B주의자들 말대로라면 이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겠네요. 모두가 출산을 거부한다면 현재 세대에서 인류 역사가 끝날 테니까요.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비연애·비결혼, 사회적 동물의 본성 거부
비연애와 비결혼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연애와 결혼은 국가나 사회가 만들어낸 억압적 제도가 아닙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소속감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해온 관계의 형태예요.
- 인간은 혼자서는 온전히 존재하기 어려운 존재
-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확인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
- 연애와 결혼은 이런 특성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관계 방식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집단적으로 거부하겠다는 선언이 과연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고려한 건전한 주장일까요?
페미니즘 정신의 왜곡된 계승
4B운동이 페미니즘의 한 갈래로 분류되는 것을 보면서 특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페미니즘의 본래 목적은 여성 인권 신장을 통한 진정한 양성평등이었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 수많은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해내고, 이루고, 인정받아 왔습니다.
| 구분 | 과거 여성 인권 운동 | 현재 4B운동 |
| 핵심 방식 | 무언가를 해내는 것 |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 |
| 사회적 영향 | 제도 개선과 권리 확장 | 관계 단절과 사회 참여 거부 |
| 지향점 | 선택의 자유 확대 | 선택지 자체의 거부 |
세계 최초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 각 분야의 선구자가 된 여성들, 차별적 제도에 맞서 싸워온 수많은 여성들… 이들이 쌓아온 역사는 한마디로 ‘무언가를 해온 역사’입니다.
그 빛나는 정신이 어떤 경로를 거쳐 "안 해, 안 할 거야"라는 방식으로 계승되었는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치기어린 자기합리화인가, 진정한 신념인가
저는 4B운동을 보면서 이런 의문이 자꾸 듭니다.
“인간의 본질적 속성이나 사회 구조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안 할래’라는 구호로 묶어버린 건 아닐까?”
연애도, 결혼도, 성관계도, 출산도 사실 해보려면 어렵고, 책임도 따르고, 감정 소모도 큽니다. 상처받기 싫어서, 실패하기 두려워서, 책임지기 부담스러워서 그냥 "안 해"를 멋진 신념처럼 포장하는 건 아닐까요?
사실 4B라는 구조 자체도 논리적으로 어색합니다. 연애를 하지 않으면 성관계도 어렵고, 연애가 없으면 결혼도 없으며, 성관계가 없으면 출산도 불가능합니다. 결국 한 가지 선택이 나머지를 연쇄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인데, 굳이 네 가지로 나눠 "4B"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것 자체가 자기변명을 멋있게 포장하려는 시도처럼 보입니다.
개인의 선택은 존중하되, 운동으로 확산시킬 일은 아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선택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비혼을 선택하든,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하든, 연애를 원하지 않든, 이 모든 것은 각자의 자유입니다.
요즘 사회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비혼주의자가 많이 늘었고, 딩크족도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었습니다. 이는 4B운동과 상관없이 개인이 자신의 삶을 설계한 결과이며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삶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그 개인적 선택을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확산시키려 하는 순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생각 없이 유행을 따라가는 무지성 동조가 흔한 요즘, 이런 확산은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진정한 의미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있다
무엇보다 저는 이것이 궁금합니다.
“4B주의자들이 진짜로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모두가 연애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는 세상. 만약 0.1%의 확률로라도 전 세계가 이에 동참한다면, 그날부터는 인간 멸종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겠죠. 뉴스에서는 매일 줄어드는 인구 수를 발표하고, 인류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될 것입니다. 상상만으로도 아이러니하면서 씁쓸한 그림입니다.
의미 있는 삶은 지금 있는 이 사회에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애쓰고, 부딪히고, 때로는 상처받으면서도 조금씩 무엇인가를 일구어내는 과정 속에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지 않겠다"보다 "나는 이 사회에서 무엇을 해보기로 선택했다"는 말이 훨씬 더 값지고 멋진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4B운동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무지성의 끝이 어디까지 가는지 궁금한 마음도 있거든요.
다만 이 질문만은 꼭 던져보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억압하고 본능을 거부하는 것이 과연 긍지 있는 삶을 만들어줄까요? 아니면 그저 상처받기 싫고 책임지기 싫어서 선택한 편한 도피일까요?”
현대 사회가 아무리 피곤하고 관계 맺기가 어려워도, 인간은 결국 연대와 유대 속에서 완전해지는 존재입니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단절하는 쉬운 길보다는, 조금 힘들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그 평범하고도 위대한 일상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역사가 평가해주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스스로에게만큼은 솔직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삶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고,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욱 빛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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