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안 보이면 울던 그 아이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립니다. 통화 시간이 1분을 넘기지 못합니다. “밥은 먹었어?”, “응, 먹었어.”, “별일 없지?”, “응, 없어.” 그렇게 끊어버리고 나서 잠깐 멍해지는 그 느낌, 혹시 아시나요?
솔직히 저도 잘 몰랐어요^^; 어릴 때를 떠올려보면 참 신기하거든요. 깨어나 엄마가 안 보이면 앙 울어버렸을 나였는데, 이제는 한 달에 전화 한두 번, 그것도 1분 남짓으로 끝내버리는 어른이 되어 있으니까요.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하루 종일 엉겨붙던 아이가, 어느새 다 컸다고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이 성장하면 독립을 해야 하니, 물리적으로 거리가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자연의 이치일지도 모릅니다. 가정을 꾸리고, 일을 하고, 내 삶을 살아가는 것도 맞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은 “가끔 만나는 사이”가 되어버렸고, 전화 한 통도 용건이 있어야만 드리는 관계가 되어버렸죠.
특히 남자분들은 더해요. 어릴 때는 엄마 품에 파고들던 아들이 어느 날부터 감정 표현을 거의 안 하다 보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네요. 부모님들의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뒤늦게 깨달았네요. 세월이 엄마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강물을 만들어버린 걸까요? 이 한 문장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현실이기 때문일 거예요. 그 강물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아주 천천히, 티도 안 나게 넓어져 왔거든요.
- “내일 전화드려야지” 하면서 미루는 하루하루
- “이번 주말엔 가야지” 하다가 또 다른 약속에 밀려버리는 방문 한 번
- "바쁜데 괜히 귀찮게 하면 안 되지"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침묵
이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어느 순간 부모님과 우리는 서로 건너지 않는 강의 양쪽에 서 있게 됩니다.
거리가 생긴 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에요
많은 분들이 부모님과 멀어진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막상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서 그냥 그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어요.
부모님과 거리가 생긴 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에요.
| 관계의 시기 | 자녀의 행동 양식 | 부모님이 느끼는 감정 | 관계의 특징 |
| 어린 시절 | 엉겨 붙고 떼쓰기, 눈에 안 보이면 울기 | 육체적 피로감, 하지만 꽉 찬 충만함 | 완전한 의존과 밀착 |
| 성인 이후 | 1분 미만의 짧은 통화, 물리적 거리두기 | 대견함, 그리고 깊은 쓸쓸함과 빈자리 | 독립을 핑계로 한 감정적 단절 |
어릴 때 엄마에게 엉겨붙던 아이는 지금도 그 안에 있어요. 다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른 역할을 하면서, 감정 표현이 점점 익숙하지 않아진 거예요. 특히 한국 사회에서 자란 많은 분들에게 “부모님께 애정 표현하기”는 왠지 낯간지럽고, 쑥스럽고, 심지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일이 되어버렸죠.
부모님도 마찬가지예요. 자식이 독립해서 잘 사는 걸 보면 기쁘고 뿌듯하지만, 동시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밀려오는 게 솔직한 마음이에요. “내가 연락하면 귀찮아하지 않을까”, “바쁜 애한테 괜히 전화하는 건 아닐까” 하면서 먼저 연락을 망설이게 되거든요.
결국 양쪽 모두 서로를 사랑하지만, 양쪽 모두 먼저 다가가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거예요. 그 망설임이 쌓이고 쌓여서 “보이지 않는 강물”이 되어버린 거죠.
부모님이 바라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거창하지 않아요. 대부분 이런 것들이에요.
- 오래 통화는 못해도 “엄마, 밥은 먹었어?” 라는 한마디
- 쑥스러워도 “아빠, 요즘 건강 괜찮지?” 하고 먼저 묻는 마음
-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라고 말해 주는 순간
멀어지는 건 세월의 흐름 때문이지만, 다시 다가가는 건 우리의 작은 용기 하나면 충분합니다.
쑥스러워도 괜찮은 ‘쿨한 애정 표현’ 4단계
이제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넘어가 볼게요. “알겠어, 부모님께 다가가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하면 되지?” 하는 분들을 위해 정말 현실적인 4단계를 정리했어요.
1단계: 연락의 '빈도’부터 늘리기 — 용건 없는 전화의 힘
부모님과의 통화 시간이 1분도 안 될 수 있어요. 그런데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빈도가 더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부모님께 전화를 드릴 때 '용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명절 때, 생신 때, 아니면 뭔가 부탁할 일이 생겼을 때. 그러다 보니 통화 시간이 자연스럽게 짧아질 수밖에 없어요.
오늘부터 딱 하나만 바꿔보세요.
- 일주일에 한 번도 어렵다면, 2주에 한 번이라도 정해두기
- “뭐라고 말해야 하지?” 고민되면 그냥 이렇게 시작해도 돼요
볼일만 보고 끊는 전화가 아니라, 끝에 한 문장만 더해보기
- “아무튼, 엄마 목소리 들으니까 좋다”
- “아빠, 건강 조심해요. 나중에 또 전화할게요”
짧은 연락이 자주 오가는 관계가, 긴 연락이 가끔 오가는 관계보다 훨씬 따뜻해요.
2단계: 쑥스러워도 ‘쿨하게’ 표현하기 — 물건을 핑계로 마음 전하기
대놓고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죽기보다 쑥스러운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물건이나 상황을 핑계 삼아 연락을 해보세요.
애정표현이라고 해서 꼭 드라마 같은 멘트를 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가벼운 농담 섞인 말투가 부담 없이 진심을 전하는 데 더 좋아요.
- “길 가다가 붕어빵 파는 거 보니까 아빠 생각나서 전화했어요”
- “엄마가 저번에 보내준 김치, 오늘 찌개 끓여 먹었는데 진짜 맛있네요”
- “엄마, 보고 싶은데 티는 안 냈어”
- “아빠, 나 나이 들수록 아빠 닮아가는 거 알죠? 그게 싫지는 않네”
이렇게 쿨한 멘트에 진심을 살짝 섞는 방식이면, 쑥스러움도 줄고, 부모님도 오히려 더 편하게 받아들이세요.
3단계: '아무 날도 아닌 날’에 먼저 연락하기 — 특별함의 역설
부모님께 연락드리는 날이 주로 언제인가 떠올려보면, 생신, 어버이날, 명절, 가족 모임 있는 날 이 정도일 때가 많아요. 그런데 부모님 입장에서 더 감동적인 날은 사실 이런 날이에요.
- 아무 이벤트도 없는 평일 저녁
-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날
- 내가 괜히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 날
이런 날 연락이 오면 부모님들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실 거예요.
“어머, 오늘은 무슨 일 있다고 전화 했을까 했더니… 그냥… 그냥 나 생각나서 했대…”
그 '그냥’이라는 말 한마디가 부모님에겐 세상에서 제일 큰 선물이에요.
- “엄마, 오늘 별일 없는데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 “아빠, 그냥 목소리 듣고 싶었어요. 요즘 어때요?”
4단계: 함께하는 시간의 질 높이기 — 작은 관심이 만드는 큰 변화
가끔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지 한번 돌아봐 보세요. 부모님 입장에서 그 모습이 어떻게 느껴질지 생각해보면 마음이 좀 아려요.
다음번에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생기면, 딱 한 가지만 실천해보세요.
- 밥 먹는 동안만큼은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어두기
- 부모님이 말씀하실 때 눈을 마주치고 고개 끄덕이기
- “그래서요? 그다음엔요?” 하며 한 번 더 물어봐 드리기
- “엄마, 오늘 점심은 뭐 드셨어요?” 같은 일상적 질문하기
거창한 선물이 아니어도 돼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가장 따뜻한 순간은 “내가 당신을 생각했다”는 걸 느끼게 해드리는 순간이에요.
- 지나가다 어머니가 좋아하신다고 했던 과자 하나 사가기
- “저번에 허리 아프다고 하셨는데, 좀 어때요?” 하고 기억해서 물어봐 드리기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이 아이가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든든함을 드려요.
부모님과의 관계, 가장 많이 하는 고민들
Q1. 오랫동안 거리가 있었는데, 갑자기 살갑게 대하면 오히려 어색하지 않을까요?
그 마음, 너무 이해돼요. 괜히 미안한 마음이 앞서서, 더 연락을 못 하게 되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부모님 마음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 “왜 이제야 전화했어?” 라는 말 속에도 사실은 “그래도 전화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더 커요.
처음에는 어색하니까, 그냥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 “엄마, 그동안 연락 자주 못 해서 미안해. 근데 오늘은 꼭 전화하고 싶었어”
- “아빠, 자꾸 미루다 보니 더 늦어진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전화했으니까 앞으로는 조금씩 자주 해볼게요”
완벽한 타이밍이나 완벽한 말을 찾으려 하지 마세요. 어색한 그 자체가 진심의 증거예요. “나 좀 어색한데, 그래도 말하고 싶었어” 이 솔직함이 오히려 가장 큰 용기이고, 부모님께 가장 잘 닿는 말이 될 수 있어요.
Q2. 부모님과 통화하면 자꾸 잔소리만 하셔서 빨리 끊게 됩니다. 어떡하죠?
이제야 글을 올립니다만,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참 많습니다. 결혼은 언제 하냐, 돈은 잘 모으고 있냐 등 불편한 질문이 이어지면 통화하기가 싫어지죠. 하지만 부모님의 잔소리는 사실 “너와 더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의 서툰 표현 방식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잔소리에 정면으로 맞서지 마시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알아서 잘 챙길게요. 그보다 엄마는 오늘 뭐 하셨어요?”라며 부드럽게 화제를 부모님의 일상으로 전환해 보세요.
오늘, 그 강물을 건너 먼저 손을 내밀어 보세요
깨어나 엄마가 안 보이면 앙 울어버렸던 나는 사실 어디로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풍파를 견뎌내며 단단한 어른의 껍질을 뒤집어쓴 채, 여전히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월이 우리와 부모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강물을 만들어버린 것 같아 서글플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강물은 결코 건널 수 없는 바다가 아닙니다. 용기 내어 건네는 쑥스러운 안부 전화 한 통, 쑥스러워도 쿨하게 던지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강물 위에 아주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리를 놓아줄 것입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좀 더 친근하게 그리고 쑥스러워도 쿨하게 말로라도 애정표현을 한번 해봤으면 합니다. 부모님은 그런 모습도 분명 좋아하실 테니까요.
- “엄마, 나야”
- “아빠, 잘 지냈어요?”
이 두 마디로 시작되는 1분짜리 전화 한 통. 그게 부모님께는 "세월이 만들어버린 강물 위에 놓인 작은 다리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을 다 읽으셨다면, 지금 혹시 휴대폰이 손에 있지 않으신가요? 부담 갖지 말고, 이유 없이, 그냥, 가볍게 전화 한 번 걸어보세요.
“엄마, 아빠. 문득 생각나서 전화했어.”
그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그 순간, 당신은 이미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자식으로 돌아가 있을 테니까요.
오늘의 실천 과제: 지금 바로 부모님께 용건 없는 전화 한 통 드리기. 통화 시간 1분을 2분으로 늘리는 것, 그게 오늘의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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