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이 늘었는데 내 퇴근 시간은 왜 그대로일까요?
솔직히 저도 잘 몰랐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대되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드디어 사람이 충원된다!"는 소식을 들을 때잖아요. 매일 야근에 시달리며 허덕이다가, 내 일을 나눠 가질 두 번째 사람이 온다는 말을 들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합니다.
보통 우리는 한 사람이 하던 일을 두 사람이 하게 되면 일의 능률이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 명이 부담해야 할 일이 반으로 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하죠.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신입 직원이 들어오고, 혹은 다른 부서에서 인력이 충원되어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이상하게 퇴근 시간은 전혀 앞당겨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 온 사람에게 일을 가르쳐주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결과물을 취합하느라 예전보다 더 정신없이 바빠지는 기이한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사람은 많은데 일은 왜 이렇게 느리게 돌아가지?”
“회의는 왜 이렇게 많은데, 결론은 왜 이렇게 안 나오지?”
“내가 혼자 할 때가 더 빨랐던 것 같은데…”
이 느낌, 착각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런 거예요. 우리나라의 일의 능률이 전체적으로 타국에 비해서 많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오늘은 이 불편한 진실의 정체를 제대로 짚어보고, 어떻게 하면 이 비효율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지 깊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전달’이라는 숨겨진 비용의 정체
뒤늦게 깨달았네요. 실제적으로 개인의 부담은 50%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대략 20% 정도밖에 줄어들지 않는다는 뼈아픈 현실을 말입니다. 한 사람이 일할 때는 없었던 과정, "전달"이라는 항목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혼자 일할 때와 둘이 일할 때의 결정적 차이
같은 일을 한 사람이 할 때는 그 일에 대한 정보를 혼자 다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바로 업무 처리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일을 분배하게 되면 서로 분담하는 파트를 따로 관리하고 파악하며, 그것을 처리하기 위한 "전달"이 필요하게 됩니다.
| 업무 수행 방식 | 정보 관리 | 발생하는 추가 업무 | 실질적 효율성 |
| 1인 전담 | 모든 정보를 혼자 파악 | 없음 (즉시 처리 가능) | 기준점 (100%) |
| 2인 분담 | 각자 담당 파트만 파악 | 업무 전달, 상황 공유, 결과 취합 | 예상보다 낮음 (개인당 약 60-70% 수준) |
여러 사람으로 나뉘어 일을 하게 되면 원래 한 사람이 하던 일을 나누었기 때문에 타인이 했던 일들을 이해해야만 일의 진행이 가능하므로 일의 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람이 늘수록 복잡해지는 커뮤니케이션
더 심각한 문제는 팀원이 늘어날수록 커뮤니케이션의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 2명일 때: 1개의 소통 경로
- 3명일 때: 3개의 소통 경로
- 4명일 때: 6개의 소통 경로
- 10명일 때: 무려 45개의 소통 경로
따라서 한 사람이 하던 일을 두 사람이 하더라도 그 업무 강도가 줄어든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을 계속 늘리더라도 체계가 확실히 잡혀있지 않은 회사에서는 머릿수만 늘어날 뿐, 일의 능률은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비효율이 만연한 조직의 특징
이러한 집단들을 보자면 관공서, 국영기업, 공공기업, 그리고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진행되는 과도기에 주로 볼 수 있는 비효율적인 상태입니다.
일반기업의 경우에는 기업 생명이 달려 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사적이지만, 관공서나 국영, 공공기업의 경우에는 그럴 필요까지 없으니, 주변에서 보기에는 일이 없는 듯 보이나 안에서는 일 때문에 죽어나는 비능률화로 인한 폐해가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전달 지옥’을 벗어나는 4단계 체질 개선법
좀 더 체계적으로 일을 정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텐데, 위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4단계 방법을 안내해 드릴게요.
1단계: 내 업무 속 숨어있는 ‘전달 비용’ 시각화하기
먼저 지금 내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전달’에 쓰고 있는지 눈에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해요.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 하루 동안 내가 주고받은 업무 메시지, 이메일, 회의 시간을 합산해보기
- 그 중 ‘실제로 일을 처리한 시간’과 ‘전달하고 공유하는 데 쓴 시간’을 구분해보기
- “이 파일 어디 있나요?”, "어제 말씀하신 내용이 이건가요?"처럼 단순 확인을 위해 소모되는 핑퐁 대화가 몇 번이나 발생하는지 체크하기
만약 전달에 쓴 시간이 전체 업무 시간의 30%를 넘는다면, 지금 당신의 팀은 심각한 전달 비용 낭비 상태입니다. 이 계산 자체가 팀 내에서 "우리 어딘가 비효율적이다"는 공감대를 만드는 첫 번째 출발점이 됩니다.
2단계: 역할과 책임의 경계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일이 둘로 나뉘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애매한 경계입니다. "이건 네가 하는 거야, 내가 하는 거야?"라는 질문이 많아질수록 전달과 조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요.
실천 방법:
- 처음 일 분담할 때, 메모나 문서로 책임 구역을 정확하게 적어두기
- 작업 단위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완결 지을 수 있는 ‘책임 단위’로 분리하기
- 예를 들어, 보고서를 쓸 때 '자료 조사’와 '작성’으로 나누지 말고, '시장 분석 파트 전체’와 '경쟁사 분석 파트 전체’로 나누어 각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도록 구조 바꾸기
- "여기까지는 A, 그 다음부터는 B"를 단순하게 정리하고, 최종 책임자를 명확히 지정하기
이렇게 해두면 "이건 누가 하는 거였죠?"라는 불필요한 왕복이 훨씬 줄어듭니다.
3단계: ‘공용 문서 시스템(Single Source of Truth)’ 구축하기
전달이 길어지고 복잡해질수록 모두가 지칩니다. 매번 물어보고 답하는 과정을 시스템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구체적 실천 방법:
- 팀원 누구나 언제든 열어보면 현재 상황을 100% 파악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진행 현황판(스프레드시트, 노션 등) 만들기
- 파일명 규칙, 폴더 정리 구조 등 아주 사소해 보이는 규칙부터 표준화하여, 타인이 했던 일을 파악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기
- 모든 업무 보고를 “현재 상태 / 내가 한 일 / 남은 일 / 담당자” 형식으로 통일하기
- "진행 상황 어떻게 돼가요?"라는 질문이 나오는 순간,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문서 보완하기
상대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지 않다는 당연한 전제를 깔고 전달하는 거죠.
4단계: 위로부터의 개혁을 유도하는 현실적 접근
궁극적으로는 조직 전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래에서 위를 바꾸는 건 어렵죠. 현실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요?
현실적인 접근법:
- 팀 내에서 시도해 본 효율화 작업으로 인해 실제로 절약된 시간 데이터를 모아두기
-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발견했을 때, 감정적인 불만이 아닌 “이 방식을 바꾸면 주당 X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같은 수치 기반의 제안으로 바꿔서 윗선에 전달하기
- "사람을 늘리는 것보다, 흐름을 한 번 정리해보는 게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의견 제시하기
- 체계 개선을 “비용 절감”의 언어로 번역해서 경영진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프레이밍하기
"머릿수 늘리기 전에 구조를 한번 보자"는 시선을 조직에 심어주는 첫걸음일 수 있습니다.
Q&A 머릿수가 아닌 시스템이 일하게 하라
Q1. “결국 위에서 안 바뀌면, 아래에서 뭘 해도 소용없는 거 아닌가요?”
정말 답답하고 힘 빠지는 상황이라는 것에 깊이 공감합니다. 위에서 구조적인 체질 개선을 해주지 않으면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고스란히 그 고통을 떠안게 되죠.
하지만 회사가 큰 시스템을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 책상 위의 시스템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거창한 회사 전체의 시스템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시도들부터 해보세요.
- 전달을 조금 더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
- 업무 분배할 때 "애매한 경계"를 줄이는 것
- "사람 늘리기"보다는 "구조를 정리해보자"는 의견을 한 번 내보는 것
이런 것들은 내가 오늘 바로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체질 개선이에요. 위에서 다 바꾸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 주변의 혼란과 피로는 조금 줄일 수 있습니다.
Q2. “관공서나 공기업은 왜 유독 이런 비능률적인 상황이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조직의 ‘생존 압박’ 유무에 있습니다. 일반 사기업은 일의 능률이 떨어져 생산성이 악화되면 경쟁에서 밀려나고 결국 기업의 생명이 위태로워집니다. 그래서 비용을 들여서라도 필사적으로 체질을 개선하려 노력합니다.
반면 관공서나 공기업은 상대적으로 파산의 위험이 없고 이윤 창출이 제1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비효율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뜯어고쳐야 할 절박한 동기가 부족합니다. 게다가 절차와 규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특성상, 결재 라인이 복잡하고 확인 과정이 많아 '전달’이라는 행위 자체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밖에서 보기엔 철밥통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그 수많은 절차적 전달 과정을 처리하느라 실무자들이 과로에 시달리는 슬픈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성실함이 온전히 빛나는 일터를 위하여
정리해보면, 이 글의 핵심은 아주 단순합니다.
- 한 사람이 하던 일을 둘이 나눈다고 해서, 부담이 절반이 되지는 않는다
- 그 이유는, 전달과 조율이라는 보이지 않는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
- 사람만 늘리는 조직은 결국 머릿수는 많고 능률은 떨어지는 비효율의 굴레에 빠지기 쉽다
- 그래서 필요한 건, 머릿수보다 구조, 인원보다 체계
우리는 정말 열심히 일합니다. 야근도 하고, 주말에도 생각하고, 퇴근하고도 머릿속에 업무가 남아 있고…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능률이 떨어진다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예요.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그 시스템을 더 낫게 다듬고 창의적인 고민을 하는 데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물론 위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구조를 정리하려는 시도를 계속해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당장 내 업무 환경을 한번 찬찬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내가 동료와 나누는 대화 중 불필요한 '전달’은 얼마나 되는지,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반복적인 확인 과정은 없는지 점검해 보세요.
이 작은 변화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팀은 사람은 많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일은 훨씬 수월하게 돌아간다"라는 말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치열한 노력이 허무한 ‘전달’ 과정으로 흩어지지 않고, 온전히 빛나는 성과로 돌아오는 체계적인 하루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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