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무서운 것, 바로 '당연했던 존재’와의 이별입니다
어렸을 때는 별의 별 것이 다 무서웠습니다. 귀신, 도깨비, 벌레들까지… 그때는 부모님 품에 안기면 그 모든 두려움이 눈 녹듯 사라지곤 했죠.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이제는 귀신이나 벌레 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훨씬 더 무겁고 서늘한 두려움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와의 이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저도 잘 몰랐어요^^; 사랑만 받고 살아온 저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언제까지고 함께 하실 거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란 것을 알고… 솔직히 앞으로가 너무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명절에 뵈러 갈 때마다 눈에 띄게 늘어난 흰머리, 예전 같지 않은 걸음걸이를 마주할 때면 가슴 한구석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그래서 더 잘 하고자 노력하겠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고 죄송하기만 하고요…
우리 모두 마음속으로는 늘 똑같이 다짐합니다. “이제라도 정말 잘해야지”, “더 늦기 전에 효도해야지”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막상 일상으로 돌아오면 직장 업무에 치이고, 내 가정을 챙기느라 부모님께 건네려던 따뜻한 말 한마디는 또다시 내일로 미뤄집니다.
너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다 돌려드리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화학적으로도 분석할 수 없는 깊은 사랑
뒤늦게 깨달았네요. 우리가 부모님께 느끼는 이 막연한 죄송함과 두려움의 근원은, 바로 우리가 받은 사랑의 크기가 세속적인 기준으로는 도저히 측정이 불가능할 만큼 거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남긴 이 명언을 보시죠.
“어머니의 눈물을 분석해 보면, 약간의 염분과 수분뿐이다. 그러나 그 눈물에는 화학적으로도 분석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이 숨어있다.” - 마이클 패러데이
과학자의 눈으로 보면 눈물은 그저 짠물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자식을 위해 흘리는 눈물 속에는 세상의 어떤 정밀한 기계로도 계량할 수 없는 절대적인 헌신이 녹아 있습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
세상의 모든 사랑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크기를 너무 늦게 실감하는 경향이 있어요. 한번 냉정하게 비교해보시죠.
| 우리의 평소 태도 비교 | 타인(직장 동료, 지인)을 대할 때 | 부모님을 대할 때 |
| 연락의 빈도와 목적 | 안부 묻기, 인맥 관리 차원의 연락 | 용건이 있을 때만 가끔 연락 |
| 대화 중의 반응 | 미소 짓고 경청하며 공감함 | 바쁘다며 무뚝뚝하게 말을 끊음 |
| 부탁을 받았을 때 | 무리해서라도 도와주려고 노력함 | 귀찮아하거나 나중에 하겠다고 미룸 |
| 감정의 표현 | 고마움과 미안함을 즉각적으로 표현함 |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겉으로 표현 안 함 |
이 표를 보면 참 씁쓸해집니다. 우리는 가장 무한한 사랑을 주신 분들에게 가장 유한하고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적어도 어머니의 눈에서 슬픈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되겠죠? 기쁜 눈물, 감사한 눈물, 행복한 눈물은 얼마든지 흘리게 해드려도 좋습니다. 하지만 서운함과 그리움으로 흘리시는 눈물만큼은,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줄여드릴 수 있습니다.
마음을 표현으로 바꾸는 4단계
"더 잘 하고 싶은데 잘 못하고 있다"는 죄송함, 저도 잘 알아요. 근데 사실 우리가 못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 봤어요.
1단계: ‘목적 없는’ 1분 안부 전화부터 시작하기
가장 먼저, 가장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엄마, 아빠,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이 한마디가 부모님께는 생각보다 훨씬 큰 의미로 닿습니다. 거창한 효도, 비싼 선물보다 “내 자식이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 부모님께는 가장 큰 행복이거든요.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
-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바로 전화 한 통 드리기
- 전화가 부담스럽다면 “밥은 드셨어요?” 문자 한 줄만 보내기
-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딱 1분만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하기
이유가 있어야만 연락하는 관계에서, 이유 없이 그냥 생각나서 연락하는 관계로 바뀌는 것. 그게 효도의 시작입니다.
2단계: 부모님의 반복되는 이야기에 ‘새로운 리액션’ 장착하기
나이가 드실수록 부모님은 과거의 이야기, 혹은 방금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아, 그 얘기 아까 하셨잖아요"라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실천 방법:
- 부모님의 잔소리나 옛날이야기를 ‘나를 향한 관심의 표현’으로 번역해서 듣습니다
- 말을 자르지 않고 끝까지 들어드리며, “아이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라고 맞장구를 쳐주세요
- 요즘 무릎은 괜찮으신지, 허리는 어떠신지, 요즘 뭘 드실 때 제일 맛있으신지 진짜로 관심을 가져보세요
나의 따뜻한 대답 한마디가 부모님에게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을 줍니다.
3단계: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의 추억’ 만들기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좋은 곳 모시고 갈게요.”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중 하나입니다. 부모님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 다르게 흐릅니다.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지 마세요.
실천 방법:
- 이번 주말, 거창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동네 가까운 식당이나 카페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보세요
- 부모님의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자주 찍어두고, 함께 셀카를 찍으며 웃는 순간을 만드세요
- 한 달에 한 번,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는 날을 달력에 미리 표시해두기
"시간이 나면 해야지"가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서 해야지"로 바꿔야 합니다. 시간은 저절로 나지 않거든요.
4단계: 가장 어렵지만 가장 강력한 마법의 단어, “사랑합니다” 말하기
우리나라 정서상 가족끼리 “사랑해”, "고마워"를 직접 말하는 게 어색하고 쑥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런데 그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간 날들이 쌓이다 보면, 정작 가장 하고 싶을 때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실천 방법:
- 직접 말로 하기 쑥스럽다면, 메신저나 문자로 귀여운 이모티콘과 함께 전해보세요
- 용돈을 드릴 때 빈 봉투만 드리지 말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라는 작은 포스트잇을 붙여보세요
- "말로 하긴 쑥스러워서 문자로 보낸다"고 적어도 괜찮아요
형식보다 중요한 건 그 마음이 상대에게 닿는 것이니까요.
Q&A 지금 이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Q1. “부모님과 사이가 좀 어색해서, 갑자기 살갑게 대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것 같아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오랫동안 쌓인 어색함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계속 그 어색함을 이유로 거리를 유지하다 보면, 나중에 그 거리가 더 멀어질 수 있습니다.
갑자기 180도 바뀌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거리를 좁혀가면 됩니다.
처음에는 분명 어색합니다. 그런데 어색함은 행동을 멈추면 영원히 그대로고, 조금씩이라도 행동을 하면 서서히 녹습니다. 오늘은 문자 한 줄, 다음 주는 전화 한 통, 다음 달은 밥 한 끼. 이렇게 아주 작은 변화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 자연스럽게 "우리 사이가 예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네"라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Q2. “직장 생활과 육아에 치여 너무 바쁩니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부모님을 챙길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도저히 나지 않아요.”
현대인들이 겪는 가장 뼈아픈 딜레마입니다. 내 삶을 지탱하기 위해 달리고 있는데, 정작 나를 존재하게 한 분들을 돌볼 여유가 없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죠.
하지만 관점을 조금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부모님을 챙기는 것을 '남는 시간에 해야 할 숙제’로 생각하지 마시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VIP와의 약속’으로 캘린더에 미리 고정해 두세요.
돈이 없어서 못 하는 효도보다,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효도가 훨씬 더 많습니다. 오늘 전화 한 통은 0원이에요. 하지만 그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시간이 나서 부모님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을 챙기기 위해 시간을 내야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오늘 글을 쓰면서 저도 마음이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 먹먹해지기도 했어요.
너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다 돌려드리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게 사실이에요. 부모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랑의 크기는, 우리가 평생을 노력해도 다 갚지 못할 만큼 크고 깊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 돌려드리지 못하더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이 글을 다 읽으신 이 순간,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셨나요? 그렇다면 그 마음이 식기 전에, 지금 바로 전화기를 들어보세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오늘 하루만큼은 그 말을 꼭 전해드리시길 바랍니다. 말이 어렵다면 문자라도, 문자가 어렵다면 따뜻한 눈빛 하나라도요.
지금 이 순간이, 항상 가장 빠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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