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마지막 업무일을 맞이하는 오늘, 정말 뜻깊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요. 한 해를 돌아보면서 “올해도 뭔가 하려고 했는데, 결국 또 제자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저도 솔직히 그런 마음이 들거든요.
그런데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내가 99도까지는 올라갔는데, 마지막 1도를 더하지 못하고 포기한 건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더러운 물통이 맑아지는 구조적 원리
우리가 변화를 시도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현실을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당장은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 것처럼 깨끗한 물을 부어도 물통은 여전히 더러워 보이고, 그것처럼 열심히 운동해도 체중계 숫자는 그대로이고, 꾸준히 공부해도 성적은 제자리인 것 같은 그런 답답함이 가로막게 됩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한 번에 이루려 해서는 안될 것 같아요.
우리들이 유난히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니까요. 뇌과학적으로 보면, 우리는 손실 회피 편향이라는 본능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에 약 두 배 더 강하게 반응하거든요. 거기에다가 요즘 사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즉각적 보상 문화가 더해지면서, “변화도 빨리 보여야 한다”는 착각이 생긴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더러운 물통에 깨끗한 물을 한 컵씩 붓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축적의 시간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99도의 비극 - 가장 가까이서 실패하는 이유
물이 수증기가 되려면 일단 100도가 넘어야 합니다. 0도나 99도나 끓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0도에서 포기한 것과 99도에서 포기한 것, 결과적으로는 같아 보여요. 둘 다 끓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노력의 무게는 하늘과 땅 차이예요.
| 포기한 시점 | 투입한 노력 | 아까운 정도 | 실제 상황 |
| 0도에서 포기 | 거의 없음 | 아깝지 않음 | 시작도 안 한 상태 |
| 50도에서 포기 | 절반의 노력 | 조금 아까움 | 중간 정도 진행 |
| 99도에서 포기 | 99%의 노력 | 너무나 아까움 | 거의 다 온 상태 |
| 100도 돌파 | 100%의 노력 | 모든 것이 달라짐 | 질적 변화 완성 |
99도까지 올라가는 데 들인 노력이 얼마인지 생각해보세요. 그 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고도, 마지막 1도가 무서워서 멈춰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나서 “역시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봐”라고 결론 내리죠.
하지만 사실은 안 되는 게 아니거든요. 딱 1도가 부족했을 뿐이니까요.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는 너무 빨리 절망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너무 빨리 단념하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빨리 절망할까요? 뇌과학적으로 몇 가지 명확한 이유가 있어요.
뇌의 구조적 특성: 우리 뇌는 어떤 생각을 반복할수록 그 생각의 회로가 더 강하게 형성됩니다. "뉴런이 함께 발화할수록 함께 연결된다"는 원리예요.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하면 부정적인 것을 먼저 포착하는 회로가 강화되고, 긍정적인 변화를 반복 인식하면 가능성을 먼저 보는 회로가 발달해요.
비교의 함정: SNS에서 보이는 남들의 성공은 99도의 과정이 편집된 채로 100도의 결과만 보여줘요. 그러니 내가 50도쯤에 있을 때 이미 뒤처진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거죠.
적응 수준 현상: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 현상은 좋은 것들에 익숙해지면 그게 당연해져서 더 이상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을 뜻해요. 반대로 작은 변화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느끼게 만들어요.
1점 차, 0.1초 차가 만드는 완전히 다른 세계
시험에서는 1점 차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고, 경주에서는 0.1초 차로 금메달과 꼴찌가 결정됩니다.
이 현실이 냉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걸 다르게 생각합니다. 1점, 0.1초의 차이는 재능의 차이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은 시간의 차이라고 말이죠.
금메달리스트가 처음부터 0.1초 빠른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그 순간에 딱 한 번 더 달린 사람이었을 거에요. 합격자가 처음부터 1점 더 똑똑한 사람이라기 보단 그만두고 싶었던 그 밤에 딱 한 문제 더 풀어낸 사람이었을 겁니다.
용기란 1초를 더 견디고, 한 번을 더 하는 힘입니다.
용기를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용기는 포기하고 싶은 그 순간에 딱 1초만 더 버티는 것이거든요.
1초를 더 견디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들은 뭐가 있을까요?
1단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미리 예상하기
변화를 시작할 때부터 “분명히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온다”는 걸 알고 시작하는 거예요. 그 순간이 왔을 때 "아, 예상했던 그 순간이 왔구나. 이걸 넘기면 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2단계: 작은 단위로 쪼개서 접근하기
100도까지 한 번에 올리려 하지 말고, 오늘은 1도만 올리자고 마음먹는 겁니다.
- “오늘 딱 10분만 더”
- “오늘 딱 한 페이지만 더”
- “오늘 딱 한 번만 더”
이런 작은 단위의 도전이 쌓여서 결국 100도를 만들어요.
3단계: 과정에 집중하는 마음가짐 기르기
물통의 물이 맑아지는 걸 매 순간 확인하려 하지 말고, 오늘도 깨끗한 물 한 컵을 부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두는 거예요.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성취감을 찾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4단계: 99도 지점을 기록하고 기억하기
과거에 어느 시점에서 포기했는지를 기억해두면, 다음엔 그 지점을 넘어서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저번엔 여기서 포기했는데, 이번엔 한 발 더 나아갔다"는 것 자체가 큰 동력이 되거든요.
한 해를 마무리하며 - 99도에서 멈춘 것들을 다시 보기
연말이 되면 누구나 한 해를 돌아보게 되죠. 올해 계획했던 것들 중에 끝내 이루지 못한 것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실패”로 규정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보세요.
혹시 그게 0도에서 포기한 건가요, 아니면 99도까지 올라갔다가 마지막 1도를 못 넘긴 건가요?
만약 99도까지 올라갔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에요. 아직 끝나지 않은 도전이에요. 새해가 시작되면 0도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99도에서 딱 1도만 더 올리면 되는 겁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늘, 내가 99도까지 올라갔던 것들을 다시 한번 꺼내보세요. 그리고 새해 첫날, 그 1도를 위해 불을 다시 켜보세요.
2016년 한 해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올해도 저도 그렇지만 여러분도 아마 수많은 “그만둘까?”의 순간을 이미 지나왔을 겁니다. 그리고 어찌 됐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올해를 잘 버텨낸 거라고 저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가오는 2017년에는 거창한 목표도 좋지만, 이렇게 다짐해보면 어떨까요.
- “포기하고 싶을 때, 1초만 더 버티자”
- “99도까지 올라왔을지 모르는 나를 함부로 포기하지 말자”
- “오늘도 한 컵, 깨끗한 물을 더 부어보자”
용기란 결국 ‘오늘을 한 번 더 살아보기로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잘 하셨습니다. 내년에는 그 1초, 한 번만 더 견뎌보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7년에는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웃을 일 많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조금만 더 견디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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