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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느끼다,생각하다

멘토에서 꼰대로, 그 미묘한 경계선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by JapaniLog 2017.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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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매일 후배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면서내가 혹시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끔씩 느끼는 분들 있으실까요?

요즘 사회에서는 유난히 세대 간 소통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정작 그 소통의 벽을 쌓고 있는 것이 선의를 가진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한때 모두가 멘토를 꿈꾸었던 시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전체에 멘토 열풍이 불었습니다. 서점에는 멘토십 관련 도서가 넘쳐났고, 기업마다 앞다퉈 선배와 후배를 일대일로 매칭하는 공식 멘토 제도를 도입했죠.

경험 많은 선배가 신입사원이나 후배의 적응을 돕고, 조직 문화를 자연스럽게 전수하며, 인생의 지혜까지 나누어준다는 아이디어는 분명히 아름다웠습니다. 저 역시 그 시절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멘토를 자처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어느 순간 젊은이들로부터 '꼰대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겁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좋은 의도로 시작된 관계가 왜 이렇게 급속도로 기피 대상이 되어버린 걸까요?

꼰대라는 단어에 담긴 명확한 메시지

젊은 세대가 누군가를 향해 '꼰대라고 부를 때, 거기에는 해석의 여지가 없다고 하셨죠. 정말 그렇습니다. 이 단어는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 아닙니다.

꼰대의 핵심 특징은 바로 이것입니다

  • 전하는 정보의 내용은 명확하지만 일방적입니다
  • 상호작용이 불가능합니다
  • 형식은 소통인데 실제로는 계몽입니다

현대인들이 유난히 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가짜 소통 때문입니다. 어른들의 생각을 젊은이들이 아무 불평 없이 무난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소통이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아래 글의 선배가 제시하는 회식 메뉴 사례가 이 문제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후배 : “오늘 회식 어디서 할까? 스파게티에 와인이 어떨까요?”
선배 : “
느끼하게 무슨비 오는데 실비집 가서 그냥 소주에 삼겹살 어때

이 짧은 대화 속에 꼰대 문화의 모든 것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 실제로 일어나는 것
의견을 묻는 질문 이미 정해진 답을 확인하는 절차
민주적 의사결정 형식적 참여 후 일방적 결정
세대 간 소통 기성세대 방식의 강요
배려하는 선배 자신의 취향만 인정하는 고집

후배가 조심스럽게 낸 의견은 "느끼하게 무슨"이라는 한 마디로 일축됩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원하던 결론으로 귀결시키죠.

이럴 거면 뭐하러 물어보는 걸까요.”

이 한 문장이 꼰대 문화의 본질을 정확히 찌릅니다.

멘토와 꼰대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들

그렇다면 진정한 멘토와 기피 대상인 꼰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를까요?

흥미롭게도 멘토(Mentor)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옵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면서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맡긴 현명한 조언자의 이름이 바로 '멘토르였죠. 중요한 것은 멘토르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텔레마코스 스스로 판단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곁에서 이끌어주는 존재였다는 점입니다.

구분 진정한 멘토 꼰대
대화 방향 쌍방향 소통 일방향 전달
질문의 목적 상대방의 진짜 생각을 알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끌어내기 위해
경험 활용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의 참고자료로 제시 반드시 따라야 할 유일한 정답으로 강요
피드백 수용 자신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 후배 의견을 미숙함으로 치부
관계의 기반 상호 존중과 수평적 이해 나이와 직급을 앞세운 수직적 통제
궁극적 목표 상대방의 자율적 성장 자신의 방식에 맞는 순응

결국 핵심은 상호작용의 가능 여부입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순간, 그것은 조언이 아니라 강요가 됩니다.

선의가 어떻게 꼰대로 변질되는가

처음에는 진심으로 후배를 돕고 싶었던 사람이 어떻게 꼰대가 되어갈까요? 그 과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면 몇 가지 패턴이 보입니다.

첫째, 경험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순간
"
내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너도 이렇게 하면 돼"라는 논리는 언뜻 친절해 보이지만, 상대방의 맥락과 개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발상입니다.

둘째, 시대 변화에 대한 인식 부족
10
년 전의 성공 방정식이 지금도 그대로 통용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꼰대적 사고의 출발점입니다.

셋째, 불편한 피드백 차단
후배가 반론을 제기할 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라는 말로 일축하는 순간, 그 관계는 더 이상 멘토십이 아닙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 의견을 물을 때 진짜로 상대의 답을 기다리는가, 아니면 이미 답을 정해두고 있는가?
  • 조언하기 전에 먼저 들었는가? 상대의 상황과 맥락을 충분히 파악했는가?
  • 내 경험을 나누는 것과 내 방식을 강요하는 것을 구분하고 있는가?
  • 후배의 반론을 들었을 때 "틀렸어"가 먼저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들어볼게"가 먼저인가?
  • 상대가 내 조언을 듣고 난 후 더 자유로워졌는가, 아니면 더 무거워졌는가?

완벽한 멘토는 없습니다

완전한 멘토도, 완전한 꼰대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고, 어떤 날은 조금 더 멘토에 가깝고 어떤 날은 자신도 모르게 꼰대의 언어를 쓰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위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겁니다. 매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람은 조금씩이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완벽한 멘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세요. 대신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좋은 리스너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진짜 멘토는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과 용기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진짜 멘토입니다.

소통은 받아들임에서 시작됩니다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내가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이 오늘의 정답이 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나의 정답을 후배들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조용히 지지해 주는 것입니다.

회식 메뉴 하나를 고를 때도, 업무의 방향을 정할 때도,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일단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받아들여 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부터라도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일방적인 계몽을 하려 들지는 않았는지, 진심으로 상대의 말을 들었는지 스스로의 위치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려 합니다.

멘토는 스스로 멘토라고 부르지 않고, 꼰대는 자기가 꼰대인지 끝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소통의 방향으로 나아가려 노력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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