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회사와 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본문 첫 줄부터 막히는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거예요.
「お世話になっております」 다음에 뭘 써야 하나 싶은데, 격식 있는 편지나 안내문에서는 그 앞에 계절을 담은 인사 한 줄이 먼저 오거든요.
이걸 일본어로 時候の挨拶(じこうのあいさつ), 우리말로는 계절 인사라고 합니다.
날씨와 계절감을 짧게 담아 본론에 들어가기 전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표현이에요.
오늘은 정월부터 12월까지, 달마다 실제로 쓰이는 인사 표현을 모아 정리해 보려 합니다.
계절 인사가 왜 필요할까
일본의 격식 있는 편지에는 정해진 구조가 있어요.
맨 앞에 오는 頭語(とうご), 예를 들어 「拝啓」로 문을 열고, 그다음 바로 이 계절 인사가 이어집니다.
본론과 상관없어 보이는 이 한 줄이 사실은 상대를 배려하는 예의의 표시예요.
그래서 번역하기가 참 애매합니다. 「早春の候(そうしゅんのこう)」를 굳이 옮기면 "이른 봄을 맞아" 정도지만, 실제 무게는 "삼가 안부를 여쭙니다"에 가까운 관용구거든요.
뜻을 직역하기보다 어느 계절, 어떤 상황에 쓰는 표현인지를 익혀두는 편이 훨씬 실용적이겠습니다.
특히 「~の候(こう)」, 「~のみぎり」, 「~の折(おり)」로 끝나는 표현은 격식체입니다.
비즈니스 문서나 정중한 안내문에 어울리고, 뒤에 붙는 부드러운 문장(예: 「春めいてまいりました」)은 조금 더 편한 편지에 잘 맞아요.
겨울에서 새해로 — 정월과 1·2월
한 해의 시작인 정월은 인사도 특별합니다. 연하장에서 자주 보이는 표현들이죠.
謹賀新年 / 賀正 / 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謹んで新年のお喜びを申し上げます / 初春のみぎり
「謹賀新年(きんがしんねん)」과 「賀正(がしょう)」은 연하장에 크게 박아 넣는 대표 문구예요.
「明けまして~」는 말로도 쓰는 가장 일반적인 새해 인사고요.
1월 (睦月 / むつき)
한 해 중 가장 추운 시기라 인사에도 추위가 그대로 담깁니다.
厳寒の候 / 厳冬の候 / 初春の候 寒中お見舞い申し上げます / 厳しい寒さが続いております
「寒中お見舞い申し上げます」는 연하장 시기를 놓쳤을 때 대신 보내는 인사로도 자주 쓰여요.
격식체가 부담스러우면 「寒さことのほか厳しき折から」처럼 상황을 묘사하는 표현을 골라도 좋습니다.
2월 (如月 / きさらぎ)
입춘(立春)이 지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추운 달이라, 그 미묘한 온도차가 인사에 드러나요.
立春の候 / 向春の候 / 余寒の候 / 春寒の折 / 晩冬のみぎり
「立春とは名ばかりの寒さが続きます(입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추위가 이어집니다)」 같은 표현이 딱 이 시기의 감성이에요.
「梅のつぼみもそろそろふくらみはじめました(매화 봉오리가 슬슬 부풀기 시작했습니다)」처럼 봄의 기미를 담기도 하고요.
봄이 무르익는 3·4·5월
3월 (弥生 / やよい)
봄기운이 확실해지는 달이라 표현이 유독 풍성합니다.
早春の候 / 春暖の折 / 浅春のみぎり / 水温む候
「ようやく春めいてまいりました(드디어 봄다워졌습니다)」, 「暑さ寒さも彼岸まで(더위도 추위도 춘분·추분까지)」 같은 표현이 3월 특유의 인사예요.
「ひな祭りもすぎ、ようやく春めいてまいりました」처럼 히나마쓰리 같은 명절을 엮으면 계절감이 더 살아납니다.
4월 (卯月 / うづき)
벚꽃의 계절이죠. 인사도 화사해집니다.
仲春の候 / 陽春の候 / 桜花の季節 / 春爛漫の候 / 春風駘蕩の候
「春風がここちよいこの頃(봄바람이 기분 좋은 요즘)」, 「桜の花もいまをさかり(벚꽃도 지금이 한창)」처럼 벚꽃과 봄바람을 담은 표현이 잘 어울려요.
5월 (皐月 / さつき)
신록이 눈부신 달입니다.
新緑の候 / 晩春の候 / 若葉の季節 / 薫風のみぎり
「風薫るさわやかな季節になりました(바람이 향기로운 상쾌한 계절이 되었습니다)」가 5월을 대표하는 인사예요.
「木々の若葉が目にしみるこの頃(나무들의 새잎이 눈에 스미는 요즘)」도 자주 보입니다.
여름 — 장마부터 무더위까지 (6·7·8월)
여름 인사는 더위 안부가 핵심이에요. 시기에 따라 쓰는 표현이 정해져 있어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6월 (水無月 / みなづき)
장마와 초여름이 겹치는 달입니다.
初夏の候 / 向暑のみぎり / 梅雨の候 うっとおしい梅雨の季節となりました / さわやかな初夏となりました
같은 6월이라도 장마를 강조하면 「梅雨の候」, 초여름의 산뜻함을 담고 싶으면 「さわやかな初夏となりました」로 분위기를 조절할 수 있어요.
7월 (文月 / ふみづき)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됩니다. 이 시기 인사에서 가장 유명한 건 「暑中お見舞い申し上げます」예요.
盛夏の候 / 炎暑のみぎり / 暑さ厳しい折 暑中お見舞い申し上げます
여기서 꼭 기억할 점 하나. 「暑中お見舞い申し上げます」는 7월 중순부터 입추(立秋) 전까지 쓰는 표현이에요.
시기가 정해져 있으니 아무 때나 쓰면 어색해집니다.
8월 (葉月 / はづき)
입추가 지나면 인사의 결이 바뀝니다.
残暑の候 / 晩夏の候 残暑お見舞い申し上げます
입추가 지난 뒤에는 「暑中」이 아니라 「残暑お見舞い申し上げます」로 바꿔 써야 해요.
이 둘을 구분하는 게 여름 인사의 핵심입니다.
「暑さもようやく峠をこえ(더위도 드디어 고비를 넘겨)」처럼 한풀 꺾인 더위를 담는 표현도 8월다운 인사예요.
가을이 깊어가는 9·10·11월
9월 (長月 / ながつき)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함이 찾아옵니다.
初秋の候 / 新涼の候 さわやかな初秋の季節となりました / 秋風の立つさわやかな今日この頃
「さわやか」라는 단어가 이 시기 인사의 키워드예요. 여름의 「暑さ」에서 가을의 「さわやか」로 넘어가는 전환점입니다.
10월 (神無月 / かんなづき)
단풍과 국화, 긴 밤이 어우러지는 달이에요.
仲秋の候 / 清秋のみぎり 菊薫る季節となり / 木々の紅葉も日ごとに深まり / 秋の夜長となりました
「秋の夜長(あきのよなが)」는 가을밤이 길어지는 정취를 담은 표현으로, 10월 인사에 자주 등장합니다.
11월 (霜月 / しもつき)
가을 끝자락, 겨울의 기척이 느껴지는 달입니다.
晩秋の候 / 向寒のみぎり / 初霜の候 落ち葉舞う季節となりました / 朝夕めっきり冷え込む今日この頃
「向寒(こうかん)」은 추위를 향해 간다는 뜻이에요. 「朝夕めっきり冷え込む(아침저녁으로 부쩍 쌀쌀해지는)」처럼 하루 중 온도차를 담으면 자연스럽습니다.
한 해를 닫는 12월 (師走 / しわす)
12월의 별칭 **師走(しわす)**는 스님(師)마저 바쁘게 뛰어다닌다는 데서 온 말이라고 해요. 그만큼 분주한 연말의 분위기가 인사에도 담깁니다.
初冬の候 / 師走の候 心せわしい師走となりましたが / 本年もいよいよ押しつまりました / あわただしい歳の瀬をむかえ
「歳の瀬(としのせ)」는 연말을 뜻하는 표현이에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상대의 노고를 함께 언급하면 훨씬 정중한 편지가 됩니다.
이렇게 달마다 쓰는 계절 인사를 훑어봤는데요, 전부 외울 필요는 없어요.
지금 보내려는 메일이 어느 계절, 어떤 격식인지만 생각하면 위 표현 중에서 자연스럽게 하나 고를 수 있거든요.
참고로 격식체(「~の候」)와 부드러운 묘사체(「~の季節となりました」) 중 어느 쪽을 쓸지는 받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정하면 됩니다.
처음 연락하는 거래처라면 격식체, 여러 번 주고받은 사이라면 조금 부드러운 표현이 잘 어울려요.
당장 다음에 일본어 메일을 쓸 일이 있다면, 오늘 날짜에 맞는 달을 찾아 인사 한 줄을 붙여보세요.
그 한 줄이 있고 없고에 따라 메일의 인상이 꽤 달라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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