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인데 왜 타이밍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까요?
솔직히 저도 잘 몰랐어요^^; 상대방이 급하게 무언가를 요청할 때, "지금은 좀 바쁘니까 나중에 완벽하게 해서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더 성의 있는 대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래 장자의 고사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데 나중에 주겠다든가 나중에 하겠다는 것은 사후약방문과 같은 것이 되죠.
일을 하다 보면 상대방에서 원하는 시기에 맞춰달라고 하는데도 우리의 입장만 고집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대응도 가능할 일인데도 일단 우리가 편하고자 "안 됩니다"는 말을 먼저 꺼내는 경우가 있죠.
직장에서 이런 상황, 정말 많이 겪어보셨을 거예요. 거래처에서 급하게 자료를 요청했을 때 "저희 프로세스상 이번 주는 어렵습니다"라고 답하는 순간, 상대방 마음속에서는 조용히 무언가가 끊어지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에는 티가 나지 않아요. 하지만 그런 일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뚝 끊기고, 그때 가서야 "왜 이렇게 됐지?"라며 뒤늦게 후회하게 됩니다.
필요한 그 시점에서의 활약이 상대방에게 크게 다가오는 것 또한 당연한 것입니다. 상대방이 급박하게 요구한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급박함으로 대응을 해주어야 앞으로도 그 관계에 진전이 있고 발전되어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는 실처럼 이어져있던 인연의 끈조차 끊어지게 되겠죠.
그때가서 대응 잘하겠다 해봤자 그때는 사후약방문… 끊어진 끈을 다시 잇기는 너무나도 힘듭니다.
장자의 ‘건어물’ 고사가 2,500년 전에 이미 알려준 진실
뒤늦게 깨달았네요. 조윤제의 『말공부』에 실린 이 장자의 고사가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비즈니스 현장과 인간관계에 그대로 적용되는 날카로운 교훈이라는 것을요.
건어물
가난했던 장자가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감하후에게 양식을 빌리러갔다.
“먹을 음식이 떨어졌네. 좀 빌려주시게.”
그러자 감하후가 호기롭게 말했다.
“좋소. 내가 나중에 세금을 걷게 되면 3백금을 빌려주겠소.”
당장 먹을것도 없는데 가능성도 희박한 일을 거론하며 거금을 빌려주겠다고 거들먹거리는 모습에 장자는 화가 났다.
“내가 이리로 올 때 부르는 소리가 있어 돌아보니 수레바퀴 자국 고인물에 물고기 한 마리가 빠져 이렇게 말하더군. ‘나는 동해 해신의 신하인데 네가 목말라 죽게 되었으니 물 한 되만 부어주시오.’ 그래서 내가 말했지. ‘알았다. 내가 장차 오나라와 월나라의 왕에게 유세를 떠날텐데 그때 서강의 물을 이리로 시원하게 끌어오지.’ 그러자 붕어가 ‘나는 지금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라 당장 물 한 되가 급하다. 한데 당신은 이처럼 말하니 차라리 나중에 건어물 가게에서 나를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라고 하더군.”
- 조윤제의 말공부 중에서
이 이야기 속에서 감하후의 "나중에 3백금을 빌려주겠소"라는 말이 왜 장자를 화나게 했는지 느껴지시나요?
감하후의 실수 = 현대 직장인의 실수
| 장자 고사 속 상황 | 현대 비즈니스 현장의 상황 |
|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장자 | 지금 당장 자료가 필요한 거래처 |
| “나중에 세금 걷으면 3백금 줄게” | “저희 프로세스상 다음 주에 드릴게요” |
| 가능성도 희박한 거금의 약속 | 당장 필요한 것과 전혀 맞지 않는 대응 |
| 결국 붕어는 건어물이 됨 | 결국 관계는 끊어짐 |
JIT - Just In Time, 물류에서 인간관계로
예전에 한참 공부하던 학부생 시절에 배웠던 Just In Time(적기공급생산)이라는 문구가 생각이 나네요^^. 고객사에서는 JIT로 효율을 얻고, 특송사들도 고객사들의 JIT로 인해 효율을 얻는 상부상조의 형태입니다.
이 JIT의 철학은 단순합니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제공한다는 것이죠. 생산 현장에서 재고를 최소화하고 낭비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이 개념이, 사실은 인간관계와 비즈니스 신뢰 구축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붕어에게 필요한 건 지금 당장의 물 한 되였습니다. 서강의 물을 나중에 끌어오겠다는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요. 지금 당장 편한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것에든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JIT를 해낼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나중에’를 '지금’으로 바꾸는 4단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급박함에 상응하는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안내해 드릴게요.
1단계: 요청을 받는 순간, '안 된다’보다 '어떻게 하면 되지?'를 먼저 묻기
상대방의 급한 요청이 들어오는 순간, 우리 뇌는 즉각적으로 "지금 내 상황에서 이게 가능한가?"를 먼저 계산합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어렵습니다"가 먼저 나오죠.
오늘부터 이렇게 바꿔보세요:
- "안 됩니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순간, 딱 5초만 멈추기
- 대신 속으로 이렇게 물어보기: “100% 완벽하진 않더라도,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은 뭐지?”
- "전부는 어렵지만, 이 부분만큼은 지금 바로 드릴 수 있습니다"라는 부분 대응이라도 먼저 제시하기
실천 예시:
- “전체 보고서는 내일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핵심 데이터만이라도 지금 바로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 “완전한 해결책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하지만, 당장 회의에서 쓰실 요약 자료는 30분 안에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건 완벽한 결과물보다, '이 사람이 나를 위해 움직여주고 있구나’라는 느낌일 때가 많습니다.
2단계: 상대의 급박함에 감정적 주파수 맞추기
상대방이 발을 동동 구르며 급박하게 요구하는데, 나는 너무나 평온하고 느긋한 태도로 "절차대로 처리하겠습니다"라고 응대한다면, 상대방은 큰 상처를 받습니다.
실천 방법:
- 상대가 다급해한다면, 나 역시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태도와 목소리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 “정말 급하신 상황이군요. 저도 최대한 빨리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을 바로 찾아보겠습니다”라며 상대의 절박함에 상응하는 진정성을 보여주세요
- 메일이나 메시지에서도 “검토 후 회신드리겠습니다” 대신 "지금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처럼 즉시성을 담은 표현 사용하기
3단계: 인연의 끈이 얼마나 가느다란지 수시로 점검하기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그것이 얼마나 가늘어졌는지 모르고 지냅니다. 그때가서 대응 잘하겠다 해봤자 그때는 사후약방문… 끊어진 끈을 다시 잇기는 너무나도 힘듭니다.
주기적으로 이런 점검을 해보세요:
- 최근 3개월 동안 내가 거래처나 동료의 급한 요청에 “나중에”, "어렵습니다"로 응답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 연락이 뜸해진 거래처나 지인이 있다면, 혹시 내가 그들의 급한 요청에 제때 응하지 못한 적이 있었던 건 아닐까?
- 지금 당장 "이 관계에 물 한 되를 부어줘야 할 사람"이 떠오른다면, 오늘 바로 연락해보기
4단계: 사후약방문이 되기 전에 '중간 공유’하기
일의 특성상 도저히 지금 당장 해결해 줄 수 없는 상황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럴 때 가장 최악의 행동은, 일이 다 끝날 때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잠수를 타는 것입니다.
실천 방법:
- 완성된 결과물을 나중에 한 번에 주려고 하지 말고, 진행 상황을 중간중간 투명하게 공유하기
- "아직 진행 중입니다"가 아니라 "현재 1단계 완료, 2단계 진행 중이며 내일 오전 10시까지 완료 예정입니다"처럼 구체적으로 알려주기
- 상대방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기
이것이 바로 관계에서의 진정한 JIT입니다. 완결된 결과가 아니라도,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의 안심을 제공하는 것이죠.
Q&A 지금 당장의 '물 한 되’가 관계를 살립니다
Q1. “급한 요청마다 다 맞춰주다 보면, 우리 쪽 업무 프로세스가 무너지지 않을까요?”
현실적인 고민이에요. 모든 급한 요청에 무조건 응하다 보면 내부 업무 체계가 흔들리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무조건 다 해준다"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대응한다”는 태도의 차이입니다.
- 100% 요청을 들어주기 어렵다면, 지금 당장 가능한 부분이라도 먼저 제공하고 나머지 일정을 명확히 안내하기
- "지금 당장은 A까지만 가능하고, B는 내일 오전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처럼 부분 JIT로 접근하기
- 그리고 그 약속은 반드시 지키기
상대방이 진짜 원하는 건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이 사람은 나의 급박함을 이해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입니다.
Q2. “이미 여러 번 '나중에’를 반복해서 관계가 많이 식어버린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까요?”
끊어진 끈을 다시 잇기는 너무나도 힘들다고 했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다만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에요. "앞으로 잘하겠습니다"라는 말보다, 지금 당장 그 사람의 작은 요청 하나에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강력합니다.
구체적인 실천법:
- 오늘 당장 연락이 뜸해진 그 거래처, 그 지인에게 먼저 연락해보기
- 거창한 사과나 설명 없이 “최근에 요청하신 것 관련해서 혹시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신가요?” 이 한 마디부터 시작하기
- 그리고 앞으로는 그 사람의 작은 요청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기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물 한 되’가 되어주세요
정리해보면,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이거예요.
- 장자의 붕어처럼, 필요한 것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다
- 나중에 거창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은 건어물 가게에서 붕어를 찾는 것만큼 의미 없다
- 상대방의 급박함에 급박하게 대응하는 것이 관계를 살리고 신뢰를 쌓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 당장 편한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것에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 하루, 딱 한 가지만 해보시면 어떨까요? 최근에 "나중에"라고 미뤄뒀던 요청이 있다면, 지금 바로 그 사람에게 연락해보세요.
“말씀하신 것, 지금 바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이 한 마디가, 오늘 누군가의 수레바퀴 자국 고인물에 부어주는 진짜 물 한 되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관계 속에 물이 적시에 공급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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